[대중음악]싸이, 파격적인 랩에 담긴 '세상 비틀기'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코멘트
래퍼 싸이(Psy·본명 박재상·24)가 가요계에 메가톤급 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직설적 가사와 매끄런 각운(라임)의 랩, 좌충우돌하는 몸짓으로 싸이는 데뷔 수개월만에 수많은 ‘싸이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타이틀곡 ‘새’에 나오는 “새됐어”는 ‘싸이 마니아’들의 공통 코드다. ‘새됐어’는 졸지에 별볼일 없게 됐다는 뜻의 은어.

싸이는 주장부터 도발적이다.

“나는 싸이코다. 나는 삼류다.”

싸이도 싸이코의 준말이고 첫 음반의 타이틀은 “Psy from Psyco World(미친 세상에서 온 싸이코)’다.

―왜 싸이코이고 삼류인가.

“나를 포함해 한국인들은 삼류다. 일류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 학벌이나 지연 때문에 배타적이지도 않다. 위선과 가식도 없고. 싸이코는 그런 세상에 대한 정신적 ‘삐딱이’다. 그런 세상은 싸이코의 시선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노래의 가사(랩)가 선동적이다.

“노래를 통한 시위다. 수록곡은 모두 내 경험담이다. 타이틀곡 ‘새’는 타산적으로 사람을 만나려는 세태에 대한 고발이다. 고발을 하려면 후벼파듯 아프게 해야 한다.”

―저항 또는 비판의 상품화라는 지적도 있다.

“글쎄. 마케팅 차원에서 상품화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소신이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돈은 그 결과이지 출발이 아니다.”

―정말 세상이 위선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는가.

“고교시절 때 나는 ‘지능적 문제아’였다. 사고를 치지만 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술집에서 선생님을 봤다. 학교에서 내 잘못을 나무랐던 분인데 술집에서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내 주위의 여자나 남자가 이성을 사귀는 방식도 그렇고.”

―그런 선생님에게 ‘도덕 근본주의’를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다. 솔직해지자는 것이다. 미국의 하드코어 노래는 욕설이 예사다. 그런데 왜 미국이 우리보다 더 나을까. 그 이유는 솔직함으로써 서로를 감싸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는 도중 “인터뷰가 너무 심각해진다”라며 “나는 저항도 재미있게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미국 버클리음대)에 다니고 있는 조 pd와 유사한 것 같다.

“직설적인 가사 등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나는 욕설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조 pd는 심각한데 나는 신난다.”

―립싱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는데. 랩을 라이브로 쏴대는 게 어렵지 않은가.

“립싱크는 잘못된 것이다. 수록곡 ‘인트로’에서 ‘조작된 쇼 프로, 판 틀려거든 입이나 맞추던가’ 등으로 립싱크를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팬들이 ‘싸이는 과연 머릿속이 꽉 차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장담할 수 있나.

“공부하는 중이다. 음반은 2집까지만 하고 영화를 공부할 계획이다.”

―프로듀서를 지망하다가 굳이 가수로 나선 이유는.

“98년 ‘신화’에 노래를 작곡해준 적 있으나 음반에 아예 수록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나섰다.”

<허엽기자>heo@donga.com

▲ 관련기사
[톡톡인터뷰]싸이 "가끔 사이코처럼 놀아봐"

♬ 노래듣기

  -
  -
  - 나에게 맡겨봐
  - I Love Sex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