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인천공항 하늘의 파수꾼들 "승객안전 책임집니다"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5분


바다를 메워 탄생한 인천국제공항은 거대한 인간승리로 손꼽힌다. 항공기 이착륙과 출입국 수속, 안전은 외국의 여느 공항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공항 중심시설 외곽에서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묵묵히 일하는 관제탑과 조류퇴치팀, 119구조대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119구급대▼

“헬기로 출동해 5분내로 현장에 도착하겠다, 오버.”

출동 지시 무전을 받자마자 동물적 감각으로 구급함과 산소호흡기 등을 챙겨 든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구조구급대원들. 가상 사고 지점이 차량으로 20분 걸리는 자유로 ‘북로 JCT’임이 확인되자 지체없이 비상대기중인 헬기 출동을 결정했다. 무전 접수에서 헬기 탑승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출동 중에는 사고 차량 내부까지 살필 수 있는 폐쇄회로 화면을 지켜보는 고속도로 관리회사 상황실과 계속 무전 연락을 취해야 한다. 도착 전까지 구조 방법과 가장 가까운 병원 이송 계획까지 마무리짓고 구조 활동을 개시, 10분만에 사고 차량 내부에 갇힌 승객 2명을 구조해 이송하는 것으로 훈련 종료.

이곳 구급대는 고속도로 중간 지점에 24시간 상주하며 8명의 대원이 2교대로 근무 중이며 다른 고속도로에는 찾아볼 수 없는 헬기도 늘 비상대기하고 있다. 국제 관문인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40.2㎞ 고속도로의 중요성이 그만큼 부각되는 대목. 긴장 속에 개항 첫날을 단 한 건의 출동없이 보내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이들은 30일 오전부터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구슬땀을 흘렸다. 신윤환 소방장(32)은 “더 빠른 구조구급 활동으로 원활한 고속도로 소통에도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영기자>argus@donga.com

▼조류퇴치팀▼

‘배트맨이 새를 잡는다.’

30일 오후 4시반. 노란색 조류충돌예방차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 활주로에 도착한 ‘배트맨’ 3명이 새의 신음소리를 녹화한 경보기를 작동시켰다. 잠시 후 까치 3마리가 활주로 주변을 맴돌자 엽총을 발사했다. 백발백중.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사고(Bird Strike)를 예방하기 위한 조류퇴치전담반 ‘배트맨(Bird Alert Team)’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10월2일부터 손원종(孫元鍾·48) 팀장을 비롯해 배트맨 팀원 17명은 새떼가 활주로 부근에 접근하지 않도록 24시간 활주로 주변에서 새떼를 ‘쫓기’도 하고 ‘잡기’도 한다.

조류퇴치전담반은 폭음발사기 10대, 경보기 5대, 공포총 5정, 엽총 9정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배트맨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여 동안 활주로 주변에서 까치 갈매기 오리 등 600여마리의 새를 잡았다. 한 달에 평균 100마리 이상의 새를 잡고 1000마리 정도의 새를 쫓는다. 배트맨은 폭음기나 경보기의 소리로 새들을 쫓고 경보기 소리 등에 도망가지 않는 새는 엽총으로 ‘제거’ 한다.

손팀장은 총을 사용해 새를 잡는 것에 대해 “조류보호단체의 반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관제탑▼

“이륙허가를 요청한다.”

“15번 활주로에 진입해 대기하라.”

30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 한 가운데 우뚝 선 관제탑.

싱가포르항공소속 비행기가 이륙을 허가하자 관제사 노은지씨(26·여)는 침착하게 이륙을 유도했다. 노씨는 공항에 입출항하는 반경 50㎞이내 비행기에 방위각 및 거리정보를 제공하는 전방향 표지시설(TVOR―DME)과 지상감시시설(ASBE), 레이더 등 각종 항행시스템을 분석했다. 레이더 화면에는 한반도 전역의 항공기 움직임이 푸른색 바탕의 흰 점으로 시시각각 나타났다. 5분 뒤 노씨가 이륙을 허가하자 비행기는 활주로 끝을 향해 질주,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노씨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씨의 하루는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하늘의 등대’로 항공기와 여행객의 안전을 24시간 책임지는 관제탑 안에는 ‘공항의 핵심 두뇌’로 불리는 관제사 24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높이 100.4m(지하 1층, 지상 22층)의 팔각형 구조의 관제탑은 초속 61m 강풍과 진도 7의 강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노씨는 “세계적 수준의 공항 시설에 걸맞게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최첨단 관제술로 항공기와 여객을 24시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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