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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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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전문가들 일부는 이같은 수치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현재 북한에 있는 컴퓨터는 대략 10만대. 대부분이 남한에선 쓰이지 않는 386과 486 기종이다. 더군다나 일반 고등중학교의 경우 컴퓨터로 실습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 식으로 치면 과학고와 외국어고등학교를 결합한 형태인 ‘제1고등중학교’에서나 컴퓨터 실습이 가능하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반 학교에서는 종이에 자판을 그려 타자연습을 하고 프로그래밍은 칠판에 판서를 하는 형태로 진행한다고 한다. 대학의 경우에도 펜티엄급 컴퓨터가 지급되는 것은 김일성종합대, 리과대학, 김책공대, 한덕수경공업대학 등 극히 일부 명문대에 국한된다. 이것은 ‘전국 프로그람 경진대회’에서 이 학교들이 상위권을 독식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얼마전 북한을 방문했던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북한 컴퓨터 산업의 중심지 ‘조선콤퓨터센터’에서도 펜티엄3 컴퓨터가 10%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IT산업은 ‘낙후된 인프라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 것이지 결코 남한과 대등한 수준이 아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북한연구가는 “당장 활용이 가능한 양질의 인력은 조선콤퓨터센터의 800명과 명문대학 연구과정생을 포함해 5000명 내외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경우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북한 인력의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업무훈련’을 위한 세미나를 실시중이다.
비트컴퓨터 송인옥 과장은 “북한은 수학 등 기초과학 실력이 상당해 IT분야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그러나 하드웨어 등 기초설비와 상품화 관련 노하우가 매우 부족해 남한의 도움 없이는 IT분야의 지속적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