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타격폼 바꾼 이승엽…'대박'일까 '도박'일까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35분


바꾸기 전(왼쪽)과 바뀐 후의 타격자세.
바꾸기 전(왼쪽)과 바뀐 후의 타격자세.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의 큰 관심거리 중 하나는 삼성 이승엽(25)의 타격폼 수정일 것 같다.

지난해 타율 0.293과 36홈런 95타점으로 기대치에 못미쳤던 이승엽은 박흥식타격코치와 상의해 타격폼을 바꾸기로 하고 겨울훈련부터 변화된 자세로 타격을 하고 있다.

타격폼 수정의 핵심은 트레이드마크였던 ‘외다리타법’을 포기했다는 점. 타격시 오른발을 크게 들어올리는 독특한 타법을 구사했던 이승엽은 지금은 다른 타자들처럼 발을 땅에서 약간만 들어올린 뒤 배팅을 하고 있다.

‘외다리타법’을 버린 이유에 대해 박코치는 “상대투수들의 연구에 대처하기 위한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박코치는 “오른쪽 다리를 많이 들다보니 몸쪽 변화구에 약점을 보여 지난해에도 인코너 스트라이크존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유인구에 많이 당했다”며 “스타일이 완전히 노출됐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의 타격폼 수정은 일단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스프링캠프에서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를 통해 9게임에서 30타수 9안타(0.300) 1홈런 5타점의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11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도 1회 총알같은 오른쪽 안타를 뽑아냈다. 3타수 1안타.

이날 오른발을 내려 파워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승엽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 걸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자세에 적응이 끝났다”고 말해 새 타격폼을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어떤 성적을 남길지는 아직 미지수. 그는 야구를 배우는 선수가 아니라 이미 완성돼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특유의 ‘외다리타법’으로 99년 54홈런을 날리는 등 프로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 왔다.

95년 입단 이후 6년간 고수하던 폼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 자칫 ‘꿩도 놓치고 알도 놓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이날 개막전은 김한수가 1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끈 삼성이 6―2로 승리했다.

<제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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