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윤종웅/전문화만이 한국기업 살 길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26분


축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여간 높은 게 아니다. 그만큼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축구가 보여준 면면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일본과 대비돼 국가대표팀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는 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선진 축구 도입의 일환으로 ‘히딩크’라는 명장을 선택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고 국민의 기대 또한 크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두바이 대회 때 인터뷰에서 자신의 취미가 ‘축구’라고 말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바로 “축구만을 생각하는 전문 프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접근 방법과 축구에 온 정열을 쏟아붓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전문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우리가 과거에는 “한우물을 파자”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업이 ‘사업다각화’란 명목으로 계열사를 늘렸다. 문어발식 경영이 곧 기업의 위상과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왜곡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를 실감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미래를 향한 인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기업 경영자에게는 사업다각화보다는 내실경영과 전문화가 새로운 방향으로 등장했고 근로자들에게는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의 개념이 중요해졌다. 전문화만이 기업과 개인 모두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며 특히 한국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하나의 예로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덴마크의 유명한 맥주회사 칼스버그는 덴마크 바깥에 100여개의 계열사와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생산량에 있어서는 덴마크 내에서 전세계 소비량의 15%, 7억ℓ(약 20억병)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85%는 해외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매일 1500만명, 연간 55억명의 세계인들이 칼스버그를 즐기고 있다. 칼스버그는 맥주 전문그룹으로 수익금을 조국과 국민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평생의 수익금을 사회사업과 조국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후손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환원하는 등 기업이 사회와 공존하는 자본주의의 선진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국내 주류업계의 환경변화도 전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내로라 하던 기업들이 주류사업을 외국회사들에 매각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의 슬림화와 사업집중화를 통해 내실경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과거의 지나친 과열경쟁과 무리한 투자가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성장 일변도의 경영이 위기에 대처하는데 걸림돌이 됐다는 사실이다. 어느 기업이든지 위기상황은 항상 존재한다. 문제는 실제로 닥쳤을 경우 어떻게 순발력있게 헤쳐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몸집이 큰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것이 더 큰 화근이 될 경우가 많다. 외국자본이 밀려오고 개방화가 진전되는 등 경영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전문화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윤종웅(하이트맥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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