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전자 자구안, 전문가들은 냉담

입력 2001-01-18 19:02수정 2009-09-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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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가 17일 발표한 자구안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자구안에 대해 ‘최소한의 성의표시만 하면서 반도체 값이 오를 때까지 버텨보자’는 속셈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구안 중 어느 한두 가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도 자구계획 전체가 실패로 돌아갈 정도로 빠듯하게 제시돼 있다는 것.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회생을 도모하려면 지금이라도 반도체부문 일부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성인 애널리스트(업종분석가)는 “자금조달 계획이 최대한의 내핍경영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자구안에 따르면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이 1조원에 불과하나 최소한 기존설비 유지에만도 2조원가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전자가 D램시장에서 현재의 가격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올해에 적어도 2∼3조원은 투자해야 한다는 것.

이같은 ‘사실상의 축소경영’의 재원이 되는 자금 마련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전자가 자산 매각가격과 영업이익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가격을 너무 낙관적으로 추정, 산정했다는 것이다.

SK증권 전우종 애널리스트는 “자산매각을 통해 1조원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8000억원 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의 사례에서 보듯이 외자유치 한 건을 성사시키는데도 6개월 이상이 걸리고 현재의 전반적인 경기하강 국면에서 자산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자구안으로 마련될 자금규모에 맞춘 축소경영보다는 감당해갈 수 없는 부분을 떼어내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종증권 임홍빈 차장은 “현실적인 대안은 통신, LCD(박막액정표시장치) 부문 이외에 반도체 생산라인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위탁생산 라인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경북 구미공장을 LG그룹측에 넘기는 방안, 미국 오레곤주에 있는 공장을 해외업체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반도체부문은 경기만 좋아지면 대번에 노다지로 변한다”면서 “점진적인 사양 개선 작업을 병행하면서 끝까지 갖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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