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광고법' 문제있다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9시 06분


방송의 생명은 공공성이다. 일반 프로그램이나 광고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입법작업 중인 ‘방송광고 판매 대행 등에 관한 법률’은 방송의 공공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이 법안을 심사하면서 방송광고공사 이외에 새로운 판매대행사(미디어렙)를 2개 이상 허가토록 하고 2년 후에는 등록제로 바꾸도록 했다. 방송사의 출자제한도 완화했다. 이렇게 되면 KBS MBC SBS 등 방송3사가 각각 1개씩의 대행사를 갖게 돼 방송광고시장의 무한경쟁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화부는 당초 이 법안을 마련하면서 공민영 영업영역을 구분해 방송광고공사가 공영인 KBS MBC, 새로운 대행사가 민영인 SBS의 광고를 대행하도록 2원화할 방침이었지만 규제개혁위 심사를 거치면서 이 방침이 바뀐 것이다. 규제개혁위는 새정부 출범 후 방송광고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꾸기로 한 마당에 문화부안은 여전히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성을 상당부분 인정하는 방향이어서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개 방송사가 모두 광고에 직접 뛰어들 경우 광고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언론산업의 다양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3개사가 광고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이 비율이 더 커지고 이는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의 고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광고단가도 크게 올라갈 것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시장논리라는 미명으로 방송사가 수익성 확대에 치중할 경우 시청률 경쟁 때문에 프로그램 선정성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광고요금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광고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시장논리만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방송프로의 저질화를 초래하고 몇몇 방송사의 독과점적 이윤확대에만 기여해 국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칫하면 공민영체제인 현재의 방송구조가 뒤틀어질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우선 공민영 2원화라는 제한적 경쟁체제를 과도기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제도를 실시해 보면서 점진적으로 완전경쟁체제의 도입을 생각해보는 게 순서다. 문화부는 규제개혁위의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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