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 파동 비선수협측도 동조 조짐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6시 58분


구단으로부터 퇴출당한 프로야구협의회(이하 선수협) 선수들이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선언한 가운데 비선수협 선수들도 구단들의 ‘초강경 조치’에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선수협 파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방출된 선수협 구단대표 6명 가운데 송진우회장(한화) 양준혁부회장(LG) 심정수(두산) 박충식(해태)은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사무실에서 시민단체들과 연석회의를 가졌다.

회의가 끝난 뒤 송회장은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총재와의 면담을 요청한 뒤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14개 단체들은 각 구단들의 ‘보복성 해고’를 규탄하며 정부가 즉각 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협은 22일 임종석(새천년민주당) 남경필(한나라당) 등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로 하는 등 ‘이슈화’에 나서고 있어 자칫 ‘선수협 파동’은 커다란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는 여야의원들은 ‘선수협을 지원하는 의원들의 모임’도 결성할 계획.

선수협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비선수협 선수들도 구단의 일방적인 해고나 다름없는 ‘방출’에 반발, 선수협쪽으로 동조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 선수는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들이 거리로 내몰린 마당에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느냐”며 “어떤 형태가 됐건 내쫓긴 선수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협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현대 선수들은 21일과 22일 잇따라 모임을 갖고 활발한 의견 개진을 벌였다. 대응 방향 등 뚜렷한 결론이 나진 않았으나 선수들은 ‘동료들을 살려야 한다’는 원칙만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도 일본 전지훈련중인 주전선수들이 23일 귀국하면 회의를 가질 계획.

송회장은 “소식을 접한 선수들이 속속 전화로 가입의사를 전했다. 불이익을 막기 위해 명단공개는 힘들지만 조만간 추후 가입선수 숫자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단체와의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심정수는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겠다. 무엇보다 같이 땀흘리는 동료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수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한편 문화관광부 이홍석 차관보는 “정부는 중립이 원칙이지만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미 정부는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환수·김상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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