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쇄신 빠를수록 좋다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6분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부가 시끄럽다. 당 쇄신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당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서영훈(徐英勳)대표 등 당 지도부도 대체로 동의한다는 보도다. 다만 성급한 당 쇄신론이나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오늘 귀국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정쇄신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민주당 쇄신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안을 실력저지로 무산시킨 현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얻어 한 결정인데 왜 우리 탓만 하느냐는 것은 집권여당 지도부가 내세울 명분이 못된다. 탄핵안 실력저지가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추락시킨 ‘반(反)의회적’ 행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라면 당 지도부는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당 내부에 불만이 팽배한 것은 단지 요즘의 상황만은 아니다. 무소신 무대책 무능력의 ‘3무(無) 정당’이 아니냐는 자조의 분위기가 깔려 있던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로 집권당이 됐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여당이 정당으로서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정당정치를 주도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내에서조차 ‘청와대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만과 자체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말 전당대회가 당이 탈바꿈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른바 ‘동교동계 1선 배치’의 현 체제를 고수했다. 7명의 최고위원을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했으나 그들은 여전히 ‘무늬만 최고위원’에 머물렀다. 당은 활력을 찾지 못했고 무기력한 가운데 내부 불만은 쌓여왔다.

최근 김원기(金元基)당고문이 김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려면 재집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고언(苦言)을 한 것도 이러한 당내 불만 및 위기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뜸을 들일 필요는 없다. 민주당의 대폭 쇄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당총재인 김대통령은 집권여당을 살리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을 자생력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의 국정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대통령은 당이 사는 길이라면 총재직이라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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