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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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 알랭 투렌 지음 고원 옮김 / 227쪽 7500원 당대

“나는 유럽 사회주의의 역사에 기대어, 낡은 사회민주주의와 제3의 길 사이에 존재하는 ‘2½의 길’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명예교수(사회학)인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전지구화라는 거센 물결 속에서 유럽 사회주의의 역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산업사회와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 분야에서 활발한 학문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문제의식은 책제목 그대로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는 자유주의를 탄생시켰고 다시 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을 선도하며 나름의 사회체제를 만들어 온 유럽이 자유주의로의 회귀를 강요하는 세계화의 거센 물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걱정한다.

이 책에서는 20세기 말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갖는 실질적 의미, 그로 인해 인간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다양한 몸부림, 기존의 노동과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저항적 운동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운동 등을 검토한다.

나아가 이런 운동들이 기존의 좌파정치세력과 결합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모습의 좌파담론을 차례로 점검한 후, ‘제3의 길’을 비판하고 보완하는 의미에서 ‘2½의 길’을 제시한다.

투렌교수는 ‘제3의 길’이 이미 행동의 수단을 가진 사람들만을 전제로 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복귀에 힘쓰기보다는 이미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만 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비해 투렌교수의 ‘2½의 길’은 소외된 이들의 사회적 재통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재통합은 경제적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는 금융과 재정의 문제로 인해 오래 전부터 우선권을 빼앗겼던 생산과 고용의 증대에 그 우선권을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제3의 길이 중도우파라면 ‘2½의 길’은 중도좌파에 해당한다.

‘2½의 길’은 아직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투렌교수는 그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됨을, 그래서 끊임없이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은 프랑스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상황을 직접 반영하면서 쓰여졌기 때문에 옮긴이는 독자를 위해 머리말에서 약간의 해설을 덧붙였다. 그러나 거의 다듬어지지 않은 직역투의 번역은 독자를 힘들게 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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