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킥보드, 재미는 있지만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42분


킥보드를 타는 어린이들이 지천이다. 어린이들은 포장된 길이면 아파트 단지건 주택가이건 도로이건 가릴 것 없다. 한밤중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발광(發光)바퀴로 궤적을 그리며 씽씽 달려댄다. 한마디로 킥보드 열풍이다. 길이 50cm의 발판, 높이 1m의 핸들, 크기 10cm의 바퀴 두 개의 킥보드가 국내에 보급되기는 봄부터인데 벌써 40만개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생산업체와 수입업체는 여전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킥보드 열풍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또 어린이들만 킥보드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97년 미국에서 개발돼 지난해 일본에서 지금의 형태로 대중화된 킥보드는 미국에서는 상반기에만 2000만대가 팔렸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400만대가 판매됐으며 킥보드로 전철역을 오가는 직장인도 있다고 한다. 발로 구르는 이 작은 기구가 왜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까. 스피드가 주는 재미가 첫째일 것이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적지 않을 터이고.

▷또한 유행의 물결도 한 몫을 한다 할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나 롤러블레이드가 한창일 때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것을 갖고 싶어서 몸살을 앓았다. 킥보드의 인기도 그 쯤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킥보드가 없으면 또래들의 모임이나 대화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고도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킥보드 보급의 급증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바로 부상자의 속출이다. 더구나 8월에는 5세의 어린이가, 엊그제에는 7세의 어린이가 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킥보드 사고는 안전사고라고 할 수 있다. 기구의 특성상 방향전환이 어렵고, 제동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무릎보호대 같은 안전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어린이들은 의외로 찾기 힘들다. 부모들과 학교측의 안전교육이 시급한 데 그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왠지 툭하면 대형사고가 터지는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과도 무관치 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일부 주정부와 학교는 최근 킥보드로 인한 사상자가 잇따르자 헬멧 착용을 권고하거나 의무화했다. 안전교육과 생활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윤득헌 논설위원>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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