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만족'과 '불만' 사이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02분


생활에 만족을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는 상대적이다. 가난해도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종종 인생의 목표와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좌우된다. 우리 청소년들은 어떨까. 요즘은 장래 희망을 물으면 ‘연예인이 되겠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등 전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대통령 장관 의사 교수 등 이른바 최고급 직종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한국계 학생들의 학과성적은 뛰어나다. 이민 온 지 얼마 안된 한국 학생들이 부족한 영어능력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성적을 올려 미국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부라면 자신 있는 한국계 학생들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 면에서는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공부에선 상대가 되지 않는 백인이나 흑인학생들이 훨씬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더라는 것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 청소년들을 상대로 실시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각국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자아만족도에 대한 설문이다. 조사결과 한국 학생들의 자아만족도는 37.2%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불만스럽게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비해 미국은 88.9%, 프랑스는 70.6%로 우리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이 원인을 입시지옥 등 열악한 교육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상당 부분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우리 부모들의 기대치는 지나치게 높다. 다른 집 아이는 몰라도 우리집 아이만은 꼭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이런 과도한 기대가 부분적으로 학교 공부에 자극이 될지는 모르지만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심한 좌절감을 안겨준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왠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러니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삶’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은 사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각자 능력에 맞도록 현명하게 삶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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