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株 '뜨거운 減資'…"오를 것-내릴 것"전망 엇갈려

  • 입력 2000년 10월 1일 17시 44분


초보 주식투자자 김모씨(35). 정부가 공적자금 40조원을 추가로 조성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은행주를 샀다.너무나 싸 보였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얘기도 솔깃했기 때문. 이튿날 직장동료가 “감자(減資) 가능성이 있다는데 왜 샀느냐”고 면박을 주자 덜컥 겁이 나 팔았다. 그런데도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감자를 당하면 과연 손해일까.

▽감자란〓자본금을 줄이는 것. 증자(增資)의 반대 개념이다. ‘사업부문 매각 등 회사의 규모를 줄이거나 과거의 누적손실을 회계상으로 처리하기 위해 실시한다’는 게 사전적 의미.

그러나 98년 초 제일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부터는 다소 달라졌다. 감자 후에는 증자가 이뤄졌고, 목적도 부실경영에 책임을 물어 기존 대주주(경영진)의 지분을 줄인 뒤 공적자금을 투입, 정부가 경영권을 장악하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보통 병합감자의 방식이 쓰인다. 5 대 1의 비율로 감자하면 기존주식 5주를 합쳐 새 주식 1주를 준다. 이 때 새 주식의 가격은 구주의 5배가 된다.

▽감자는 손해(?)〓주식을 100% 소각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손해가 아니다. 감자비율만큼 주가가 높아지기 때문. 주가가 2000원인 주식 5주를 1주로 줄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종목의 주가는 감자 전 2000원에서 감자 후에는 1만원이 된다. 이 주식 1000주를 갖고 있던 사람의 평가액은 감자전 200만원(1000주×2000원), 감자 후에도 200만원(200주×1만원)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가는 주식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법. 지금까지 감자기업의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98년 초 8.2 대 1로 감자된 제일은행 주식이 대표적. 감자 직전 990원이었던 제일은행 주가는 감자 후 매매가 재개되면서 8120원에서 출발했지만 곧 2000원대로 하락했다. 대우증권 김석중부장은 “은행은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감자 후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지난달 30일 경영개선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조흥 한빛 외환 평화 광주 제주 등 6개 은행 중 상당수는 감자의 가능성이 있다. 감자를 해 액면가(5000원) 미만으로 떨어져 있는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정부가 돈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감자 후 주가하락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외국계 증권사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잠재부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으로 ‘클린뱅크’가 되면 감자 후 주가는 오히려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증권 백운팀장은 “투자자들이 감자라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다 액면가에 훨씬 못미치던 부실은행의 주가가 5000원을 웃돌면 비싸 보이는 심리 때문에 감자가 악재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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