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진성/부전공 연수,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28분


지금 교육부는 현직 교사에게 일정기간의 부전공 연수를 이수시켜 새 자격증을 내주고 있다. 국제사회의 변화에 따라 프랑스어 독일어 중심의 제2외국어가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바뀌고 있고, 산업사회의 변화와 정보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농업 중심의 교과가 공업 중심의 교과와 정보화 관련 교과로 바뀌고 있다. 교련 교과의 축소나 폐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천에 따른 교원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답답하기만 하다. 종합적인 처방이라기보다 대증요법에만 급급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말들을 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교육은 결국 교사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오늘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학교 붕괴의 뒤에 학교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은 시설, 환경, 제도나 학교 운영에서 비롯되는 점도 있으나 결국 따지고 보면 교사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이것은 두 가지 문제로 귀결되는데 교사의 질은 교사 자신이 맡은 교과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 있느냐 하는 점과 교육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부전공 연수로 양성된 교사에게서 교사의 질을 담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부전공 연수는 교사의 자질을 바꾸기 어려우며 결국 교사 불신 내지는 학교교육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교사 자신이 주전공으로 가르치고 있는 교과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다. 또한 전공한 교과를 가르치는 일부 교사들도 실력이 떨어져 학생들이 외면하는 판이다. 그런데 몇시간의 부전공 연수를 마쳤다고 해서 그 교과를 담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것은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제7차 교육과정의 실시로 학생들의 교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제7차 교육과정이 성공하려면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를 책임지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확보가 절대적인데 부전공 연수로 양성된 교사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물론 해낼 수 있는 선생님들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국제화 시대를 맞아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사람들의 자녀들은 물론 국내에서 공부한 학생 중에도 영어 실력이 교사보다 우수한 학생들도 많다. 그동안 제2외국어만 지도하던 선생님이 보수교육을 몇시간 받고나서 영어교과를 맡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

중등 교사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어린이는 가르칠 수 있고, 제2외국어 교사라면 영어쯤은 가르칠 수 있으며, 물리 교사는 수학을, 농업 교사는 생물을, 그리고 모든 교사가 환경이나 윤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공교육은 부실해진다. 따라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학생들을 과외로 내모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책 당국은 학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부전공 연수에 신중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첫째, 부전공 문제는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사범대학 과정에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차선책으로 현직 교사에 대한 부전공 해결이 불가피하다면 장기간 철저한 연수를 실시한 뒤 소정의 시험을 치러 합격자에 한해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부전공 자격증을 받지 못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그들이 그동안 국가발전에 공헌한 교육 공적을 인정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다른 공무원 직종이나 기업체 등에 우선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해야 한다. 넷째,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초등교사 임용은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교육대학에서의 철저한 보수 교육과 시험을 통해 제한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슬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다. 아이들을 멍들게 하고 교육을 망치는 것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지금 실시하고 있는 부전공 연수가 예삿일이 아님을 경고해 둔다.

김진성<구정고 교장, 한국교육정책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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