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진현/入漁협상 잘해야 어민 웃는다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38분


한중어업협상이 타결돼 마침내 3일 양국 정부간에 정식 서명됐다. 이로써 지난 10여년 동안 골칫거리였던 중국어선의 한반도 서 남해에서의 대규모 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중어업협정은 이 수역에서 어업차원의 보호와 최적 이용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일 3국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함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중복수역에서 경계를 획정하고 이에 따른 각자의 배타적 수역에서 조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계획정이란 장시간 소요되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동북아의 어업자원은 그동안의 남획으로 심각한 고갈상태에 처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경계가 획정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하루가 급한 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위해 잠정적으로 어업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 협상의 기본취지였다.

그 결과 협정은 양국 연안에 각각 배타적 수역을 인정했지만, 경계가 문제되는 중간수역에는 양국이 공동관리하는 ‘잠정조치수역’을 설정해 까다로운 경계획정 문제를 피하면서도 어업자원의 보존과 이용이 가능토록 했다.

7년에 걸친 협상에 우여곡절이나 논란이 없을 수 없다. 더구나 어업협상하면 주로 수산자원의 이용에 관한 기술적인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최근의 어업협상은 자원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련국의 해양관할권 범위나 경계 문제 등과 직결되는 대단히 민감하고 정치적인 것이다. 이번 한중협상도 가서명 이후 양쯔강 연안 수역 조업문제가 불거져 적지 않은 논란거리가 됐다. 결국 우리 정부는 2년간 일정 조건 하에서 조업한 뒤 철수한다는 선에서 중국과 절충하고 협상을 타결지었다.

어업협정은 체결됐지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현재 진행중인 입어교섭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협정을 통해 한중간 어업관계의 기본틀은 마련됐지만 어민들의 이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은 주로 입어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작년 한일어업협상의 쌍끌이 파동도 입어협상 과정의 실수 때문에 빚어졌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어업협정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필요한 집행능력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협정이 체결됐다고 양국 어민들의 행태가 저절로 바뀌지 않는 만큼 집행력은 어업협상의 실효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또 동중국해처럼 한중일 3국의 경제수역이 중복되는 수역에서의 조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국간 협상도 추진해야 한다.

이번 한중어업협정은 양국간 어업을 최초로 법적으로 규제하게 됐다는 차원을 넘어 96년 한중일 3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선포로 촉발된 동북아 어업질서 재편과정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있다. 98년 1월 한일협정, 6월 중일협정 발효에 이어 한중어업협정이 발효되면 동북아에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어업질서가 자리잡게 된다.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문제를 비롯한 지역의 다른 시급한 공동문제들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로 접근해가면 동북아 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적 가능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백진현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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