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2차협상 결렬/총파업 끝내 못 막나

  • 입력 2000년 7월 9일 23시 25분


우리 국민이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은행총파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와 정부는 아직도 10일 협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지만 노조의 강경입장을 비춰볼 때 그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은행 총파업으로 빚어질 고객 불편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특히 금융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불러올 수 있는 대외신인도 하락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결국 총파업으로 가나〓“정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10일 총파업 전야제에 5만명의 인력이 집결할 것으로 확신한다.”(금융노조 윤태수홍보위원장)

윤홍보위원장의 발언처럼 금융노조는 총파업 강행을 기정사실화한 상태. 이용득(李龍得)금융노조위원장도 현 협상팀이 바뀌지 않는 이상 “추가협상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금융노조 지도부는 명동성당에 농성장을 차리고 총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노조가 각 은행 산하지부에 시달한 행동지침에 따르면 10일 업무종료와 함께 파업은행 노조원들은 파업전야제가 벌어지는 장소로 집결한다. 그 이전에 노조원들은 주요업무와 비상키 등을 비노조원에 인계하고 14일까지 집단휴가서를 제출하게 된다.

금융노조측은 은행 전산직원들이 모두 철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파업의 무게를 두고 있다. 비록 은행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더라도 2일 이상 버티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은행 경영진은 파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상황이다.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없나〓“우리는 노조와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정부정책은 협상대상이 될 수가 없다.”(김영재 금감위 대변인)

정부와 노조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집약한 발언이다. 정부는 노조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나누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측은 전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격분하고 있다. 노조는 최소한 ‘정책금융과 관련한 지시의 문서화’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투명하게 하겠다”는 이상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가 진전된 안을 내놓을 경우 협상에 응할 용의는 있지만 현재 협상팀으로서는 추가협상은 없다”고 못박게 된 것. 그러나 정부는 “11일 새벽까지 시간이 있으니 끝까지 설득해 파국만은 막도록 하겠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최영해·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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