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영신 정인봉씨의 경우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3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어제 16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13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엄정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이총재는 검찰이 여당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관권 금권선거와 편파수사의 진상을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편파수사가 계속되면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검찰은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편파수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물론 검찰이 선거사범 수사를 마무리한 것은 아니다. 공소시효(6개월) 만료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어 검찰수사를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수사상황과 움직임을 보면 검찰의 엄단 의지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 많다. 민주당 장영신(張英信)의원의 경우 검찰은 지난달 장씨를 기소하면서 ‘투표 당일 선거운동’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만 기소하고 자신의 회사 직원을 선거운동에 동원한 혐의 등 무거운 부분은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원이 직접 장의원의 ‘직원 동원 혐의’를 재판에 회부해 달라는 재정(裁定)신청을 냈다. 또 참여연대는 지난달 21일 역시 직원 동원을 문제삼아 장의원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서울지검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열흘이 지난 뒤 관할이 아니라며 이 사건을 남부지청으로 넘겼고 남부지청은 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계속 수사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기 전에 법원이 선관위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에 회부하면 검찰은 편파수사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검찰이 느긋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검찰이 선거사범을 수사하면서 정치적 고려를 한다면 당장은 몰라도 결국 정권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당사자가 또 법을 무시하는 행태도 용납할 수 없다. 한나라당 이총재가 국회에서 검찰의 편파수사를 제기한 바로 그 시간, 같은 당의 정인봉(鄭寅鳳)의원은 예정된 자신의 선거법위반사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인 그가 처음도 아니고 잇따라 세 번째 재판정 출석을 거부한 것이다. 이총재의 ‘법대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정의원은 법정에 나가야 한다. 억울한 것이 있다면 법정에서 밝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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