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장군의 명예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영웅이 없다는 점이다. 시저나 나폴레옹 정도라면 영웅이란 표현에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천군만마를 호령하며 적군을 치는 장군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정복왕을 뜻하는 영웅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아낌과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스타’라고 해서 현대 사회의 새로운 영웅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옛날의 영웅이나 오늘날의 스타나 장군이라는 말과 함께 쓰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스타가 뜻하는 장군이 되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기도 하고 그 위치에 오른 뒤에는 명예를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우리 국군의 장군 수는 일종의 군사기밀이지만 이중에서도 일반 언론을 통해 신원 사항이 공개될 수 있는 대장은 육해공군 합해서 9명이고 중장은 50명이 채 안된다. 사단장이나 여단장을 맡는 소장이나 준장은 야전지휘관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장군에 오르면 대령과는 무려 50여가지가 달라지는 예우를 받는다.

▷장군이 있는 곳이면 건물이든 함정이든 별을 숫자대로 그려 넣은 성기(星旗)를 게양한다. 장군이 탄 자동차에는 육군은 빨강, 해군은 남색, 공군은 하늘색 바탕에 별 표시가 된 성판(星板)을 단다. 그만큼 장군의 명예와 권위를 높여 주기 위한 배려다. 전쟁터에서 장군의 명령이란 때로는 목숨도 걸어야 할 정도로 극도로 비합리적인 경우가 있다. 평소 합리적인 지휘로 존경을 받지 않으면 비상시 비합리적 명령이 먹힐 수 없다.

▷후방 동원사단의 한 사단장이 최근 회식장에서 부하 대대장 부인을 성추행했다는 기사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장군 이전에 장교로서, 또 군인으로서 기본적인 신사도와 명예를 포기했으며 상관으로서 그 부인의 남편인 부하에게 후안무치한 짓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계룡대 부근 장교부인들의 춤바람이 문제가 되어 ‘계룡대 블루스’라는 속어까지 나돌고 있다. 몇 사람의 탈선 때문에 묵묵히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명예에 흠이 가서는 안된다.

<김재홍 논설위원> 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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