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사석원 展…유머 해학 넘치는 동물그림

  • 입력 2000년 6월 27일 18시 55분


서울 방배동에 있는 화가 사석원(史奭源·40)의 화실은 당나귀 올빼미 황소 호랑이 독수리 닭 낙타 양 등 동물 그림으로 가득하다. 조용하고 느긋하면서도 은근한 유머감각을 갖고있는 그의 성격을 반영하듯 그림 속의 동물들은 한결같이 여유가 있고 해학적인 모습이다.

지 필 묵에 의한 전통적인 조형관념과 서양회화의 채색효과를 적극 도입해 불투명 유채색의 효과를 내는 등 진취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여 온 그가 28일부터 7월1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애정과 유머, 그리고 생명력’을 주제로 근작 전시회를 갖는다.

민화풍에다 다양한 색채로 보는 이에게 해학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들이다. ‘황소’ ‘당나귀’ ‘호랑이’ 시리즈 등 평면작품 40여점과 ‘닭과 당나귀’ ‘아기스님과 올빼미’ 등 오브제 3점을 선보인다. 그가 그린 황소는 힘이 넘치고, 당나귀는 이솝우화에서처럼 우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하며, 호랑이는 젊잖으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자신은 쥐띠지만 쥐는 특성을 잡아내기가 어려워 거의 그리지 못했고, 그보다 더 그리기 어려운 건 뱀이라고 한다.

“종전에는 소재와 수법면에서 다양한 장르와 기법들을 퓨전했었는데 이번에는 고전적 기법을 많이 차용했습니다. 대신 기존 동양화 물감보다 밝고 맑고 윤이 나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고 1000호짜리 대작을 제외하곤 일체 여백을 두지 않아 실험성도 어느정도 가미했습니다.”

그림들에 붙인 ‘작가노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나귀-어른이 된 토끼’ ‘바보호랑이-한국호랑이는 모두 바보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원 밖에서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섬에 사는 새, 섬에 사는 사람-섬에 사는 새나 사람은 섬을 나가고 싶어 바다를 봅니다. 육지에 사는 새나 사람은 섬을 가고 싶어 바다를 봅니다. 그렇게 저쪽만을 그리워하게 하는 것이 바다인가 합니다’

‘사냥-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린 시절에 사냥을 했다는 것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사냥을 안 하였던 것입니다’

동국대와 이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원시미술로 석사과정을 수확했다. 83년 전국대학미전에서 금상, 84년 제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정작 자신은 “그림의 소재가 종전의 인물에서 동물로 바뀌었는데 앞으로는 식물로 옮아갈 것 같다. 정통산수전도 꼭 한번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보여드릴 만한 단계가 되지 못한다”며 겸양을 보였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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