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실은 무너지는데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학교가 학생을 경찰에 고발하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유리창 100여장이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측이 이를 학생들에 의해 빚어진 교권 침해 사례로 보고 수사 의뢰를 했다는 것이다. 사건 경위가 간단치 않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학교가 학생을 고발했다는 사실이다.

학교의 역할이 학생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인데 어쩌다 수사 의뢰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을까. 뒤늦게 학교측은 고발 조치가 비교육적 처사임을 인정하고 수사 의뢰를 철회했다지만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체벌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고의적인 것으로 보이는 유리창 파손 사건이 계속 일어나자 학교측이 자체 조사를 벌였고 한 학생으로부터 유리창을 깼다는 시인을 받아냈다. 먼저 학생들이 교내 유리창을 멋대로 파손할 정도로 교내 질서가 무너져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교사들이 학생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체벌을 가하자 문제는 커졌다.

학생들이 체벌 사실을 교육청 인터넷사이트에 올리자 해당 교사들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증폭됐다. 그 후로도 유리창 파손이 계속되자 학교측은 결국 교권 수호 차원에서 수사 의뢰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비단 이 학교에 국한된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이른바 ‘교실 붕괴’현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본다. 교실 붕괴란 교사가 학생들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교사들은 최후 수단으로 매를 들게 되고 학생들은 그들대로 경찰 신고 등의 극단적인 대응 방법을 택하고 있다. 급기야 학교에서 학생을 고발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교사가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형편에서는 어떤 교육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상당수의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4월말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2개월이 지났다. 차제에 근본적인 과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며 여론이 들끓었고 각종 해결 방안과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각계 인사와 전문가들로 과외교습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논의중이다. 얘기의 초점은 공교육을 살려 과외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일선 학교에서는 상황만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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