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換骨奪胎(환골탈태)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5분


‘舊態(구태)를 바꾼다’는 뜻의 말은 몇 개가 있다. 먼저 刷新(쇄신)이다. 먼지나 묵은 때를 긁거나 솔질하듯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또 革新(혁신)도 있다. 갓 벗겨낸 쇠가죽은 뻣뻣하고 무거워 옷을 해입기 힘들다. 그래서 며칠에 걸쳐 삶고 무두질하면 부드럽고도 가벼운 가죽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鼎革(정혁)이라는 말도 있다. 가마솥의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아예 솥을 뒤집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일시적인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이고 영구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병폐가 쌓여 환부를 도려내야 할 상황이라면 미온적인 방법으로는 생명을 소생시킬 수 없다. 이제는 보다 근원적인 조치가 필요해진다. 아예 屬性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을 뜻하는 말이 換骨奪胎다. 글자 그대로 ‘뼈를 바꾸고 胎를 벗긴다’는 뜻으로 본디 道家에서 나온 말이다. 그들에 의하면 神仙이 보통 사람과 외형상 다른 점은 뼈와 胎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神仙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된 뼈(俗骨)와 평범한 태(凡胎)를 一新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쉽지 않다. 수십 년 동안 深山幽谷(심산유곡)에 틀어박혀 神仙術(신선술)을 익히면서 神靈스러운 丹藥(단약)을 먹어야 한다.

여기서 換骨奪胎는 종전의 낡고 평범한 틀을 모조리 갈아치움으로써 새롭게 再誕生(재탄생)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습을 완전히 바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일종의 강도높은 改革(개혁)인 셈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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