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협은 시혜가 아니다

  • 입력 2000년 6월 18일 18시 46분


남북 공동선언문은 민족경제를 균형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 협력을 명시해 사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경협을 정부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이로써 개별기업이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던 철도 도로 전력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이나 투자보장 장치 마련이 가능해져 남북경협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경협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쪽에서 낙후한 쪽에 일방적으로 주는 시혜가 아니다. 경협은 남한으로서도 장기적으로 막대한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마셜 플랜’이 될 수 있다. 섬유 신발 봉제 전자부품조립 등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산업이 북한으로 이전돼 수출산업화하면 남한의 산업구조 조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이 북한을 적성국에서 제외해 경제제재를 푸는 조치를 19일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어서 북한에서 임가공한 제품의 미국시장 진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남한 기업들이 최소한 연간 수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처럼 경협은 남과 북이 함께 득(得)을 보는 협력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북한은 경제협력의 불가측성(不可測性)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 92년 기본합의서에 마련된 남북교류협력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결제방식 등에 대한 합의를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 동반자로서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만 남한과 세계의 기업들이 마음놓고 북한에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SOC 건설은 시간을 두고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에서 우선 협력사업으로 논의된 경의선 철도 연결은 투자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고 상징성도 높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전력난은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김대중대통령에게 직접 남한의 잉여전력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심각하다. 발전소 건설 등 시일이 소요되는 사업보다는 여름철 한낮 일부 시간만 빼고는 전력이 남아도는 남한이 북한과 송전선을 연결해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빠르고 값싼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도 1호선 판문점∼개성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도 투자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로서는 민간기업의 무분별한 과당 경쟁과 중복투자를 막는 자율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타당성이나 수익성을 면밀하게 검토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특수(特需)를 기대하며 일단 진출해놓고 보자는 식의 투자는 실패 위험이 높고 국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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