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주희/"바다를 쾌적한 생산현장으로"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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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놓고 세계가 이렇게 떠들썩해 본 적이 없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거니와 도무지 그 속과 겉을 짐작하기조차 힘든 바다를 화두로 온 세계가 이렇게 요란을 떨고있는 것을 보면 지구도 이제 꽤나 좁아진 것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예고되어 오던 UN해양법 협약이 그 실체를 명확히 하면서 전통적인 식량산업으로서의 수산업이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산업으로서의 독자성과 전통성이 인류 공영의 보편적인 규범과 가치관에 의해 여지없이 난자당하고 있다.

수산업은 근복적으로 광대한 바다의 재생산 능력에 의존하는 식량산업이다. 이미 한계를 드러내는 몇가지 자원에 있어서는 증양식을 통한 인위적인 보완이 불가피하나 그래도 수산업은 자연이 갖는 무한한 에너지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 진로를 열어가야 한다.

98년 우리나라 양식업의 생산실적 78만t 중 바다의 재생산력을 이용한 패류 및 해조류 생산량이 71만t을 차지하고 사료를 주어 기르는 어류의 가두리 생산략은 3만7000t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바다가 갖는 재생산력의 위대함을 극명하게 나타낸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시대적으로 커다란 전환가에 직면해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주인 없는 바다를 종횡으로 누비며 마구잡이식의 어로를 자행하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한일어업협정과 한중어업협정에서 보듯 우리 것으로 주장할 수 있는 수역은 이미 그 한계가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공격적이고 외연확대적인 어업의 행태는 인접국이 허용하지 않을뿐더러 우리 수역 내의 자연환경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와관련, 정부가 최근 ‘잡는 어업’에서 ‘키우는 어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수산기술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고 난해하다.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고도의 숙련과 과학적인 연구축적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우리 수산기술이 노동집약적인 대량생산체제에 적합하였다면 앞으로는 기술집약적 정량생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인력은 기계력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조업의 전과정을 시스템화하여 가혹한 노동력이 불필요한 쾌적한 생산현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몸에 맞던 옷도 덩치가 커지고 유행이 달라지면 새로 지어 입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수산업도 시대의 조류와 경제수준에 걸맞는 처방을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주희(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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