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철수/거세질 中도전 기술만이 살길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미국 하원은 24일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PNTR) 법안을 근소한 표 차로 통과시켰다. 6월 초에 있을 미상원의 표결을 남겨 두고 있기는 하지만 상원에서는 이 법안이 쉽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WTO가입땐 강력한 결쟁상대▼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는 미국에서만 사용하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서 국제적으로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대우로 통용되고 있다. 미국은 1974년 잭슨-배닉 수정법(Jackson-Vanik Amendment)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많은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 매년 최혜국 대우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로 중국을 이 대상에서 제외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게 되면 중국은 미국에서 자동적으로 관세 등 무역정책의 적용에 따라 다른 WTO 회원국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됨으로써 안정적인 대미수출이 가능해진다.

이 법안의 통과로 미국은 작년 11월 중순에 타결된 미-중간의 WTO 가입협상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게 되었다. 그 협상에서 중국은 자국이 최혜국 대우를 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대해 획기적인 시장개방 조치를 약속해 주었다. 따라서 PNTR 법안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WTO 가입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일 중국은 유럽연합(EU)과의 WTO 가입협상을 타결지었으며 이제 거의 모든 국가와의 쌍무적인 협상을 마쳤으므로 조만간 지난 14년 동안의 가입협상을 마무리짓고 앞으로 3~4개월 안에 WTO 가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WTO 가입 협상과정에서 약속한 모든 시장개방 조치들은 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다자화(多者化)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WTO 회원국들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미국, EU 등 주요국과 합의한 내용을 보면 20%가 넘는 중국의 현행 관세율이 5년 이내에 1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된다. 또 수백개 품목에 적용되는 수입금지, 쿼터제도도 같은 기간에 철폐된다.

이와 함께 중국이 WTO 정보통신 협정에 가입함에 따라 반도체 컴퓨터 등 정보관련기기의 관세가 5년 내에 완전히 철폐된다. 그동안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던 서비스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개방조치가 이뤄진다. 무역업과 유통업이 외국인에게 3년 이내에 열리게 돼 있고 5년 이내에 통신 보험 은행 증권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외국인에 대한 진출 및 투자지분 제한이 단계적으로 완화되거나 철폐된다.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을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WTO 가입은 또한 현재 진행중인 중국의 경제개혁이 후퇴할 수 없도록 막는 방파제를 마련해 줄 것이다.

▼거대시장 진출전략 절실▼

이렇게 볼 때 중국은 우리에게 국내시장에서나 제3시장에서 보다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할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 내외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앞으로 5년 동안 1%포인트의 추가 경제성장, 수출의 배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의 배가, 실업률의 반감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함께 주고 있다. 우리의 이웃이며,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갖게 될 중국의 시장이 활짝 열린다는 차원에서 분명히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중국이 WTO 가입으로 시장경제체제로 그 제도를 정착시키고 그동안 경험했던 구조적인 문제들을 극복할 때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돼 우리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세부적인 대(對)중국 진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보다 한발짝 앞서가는 기술과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철수(세종대 부총장·전 WTO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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