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환율-금리 동요…금융개혁 시간 없다

  • 입력 2000년 5월 23일 23시 58분


금융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소리가 높다.

우리 금융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한때 안정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7월 대우사태 이후 부실이 늘어난데다 투신환매, 새한 워크아웃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다시 부실해지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에서는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채권은 거래조차 중단되는 등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公자금 5兆 내달중 투입▼

이밖에도 경상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2단계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자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을 상당부분 떠받쳐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지표가 일제히 동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실물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논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22일 증시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미 확정된 투신 2조원 지원만을 되풀이해 투자자들로부터 원성만 샀다.

정부는 23일에도 이장관 주재로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최근의 금융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9월까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한 공적자금 4조9000억원을 다음달 안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23일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679.76으로 전날보다 11.85포인트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8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4.08포인트 떨어진 118.33으로 마감됐다.

▼주가 680선도 무너져▼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은 각각 696억원과 3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최근들어 보유물량을 팔아치우는 경향을 보여온 외국인들은 이날도 7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시 폭락은 자산가치 감소를 통해 실물부문의 위축으로 이어져 일부 부유층의 과소비에도 불구하고 중산층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오히려 더욱 썰렁해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성 소비재 판매가 줄고 아파트 분양열기가 시들해지고 있으며 제조업체의 공장가동률은 연초보다 크게 떨어졌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안정세를 유지해온 금리도 새한 워크아웃을 계기로 중견기업의 자금사정을 걱정하는 시각이 퍼지면서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연 10.04%로 두자릿수에 재진입했다.

또 원-달러 환율은 추가 환율상승에 대비해 미리 달러를 사들이려는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전날보다 3.80원 오른 달러당 1134.40원을 기록해 7일 연속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 순유입 급감▼

올 1·4분기(1∼3월)중 75억달러가 순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4월 1억2000만달러, 이달 들어 19일까지는 3억달러로 순유입 규모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 한 외국계 증권사 간부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국제 단기성 자본이 고수익을 좇아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서 떠날 채비를 하던 차에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등 국내 경제여건이 좋지않은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악재가 겹친 꼴”이라며 금융 및 기업부문의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한국은행 이응백조사역은 “외국인들은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예의주시하고고 있다”고 면서 관망하는 단계로여서 아직까지 유출규모는 크지 않다”면서 “금융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한꺼번에 팔고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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