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병준/SOFA협상 國益이 최우선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최근 한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노근리 및 매향리 사건과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 등은 우리에게 미국은 왜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 경제 및 민주주의 동맹이며 주한미군은 이를 보장하는 증거이다. 우리는 이 사건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협정을 개정하되 그 방법은 한미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게끔 성숙된 자세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안보 및 경제 이익과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다. 한국전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을 방위했고 지금도 3만7000명의 미군이 전쟁방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있다.

만약 이들이 완전 철수한다면 세력 공백이 생겨서 전쟁위험은 늘어날 것이고 일본과 중국은 재무장과 군비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자력으로 전쟁을 억지하고 나아가 13억 인구의 중국과 경제대국인 일본 사이에서 생존과 독립을 지킬 수 있다면 미군은 주둔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한국수출의 최대 시장이요, 한국경제의 자본 및 기술 동반자이다. 미국의 대(對)세계 수입 중 한국 수출품이 약 3% 이상 차지하고 그 결과로 우리는 대미교역에서 흑자를 누리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신경제’는 한국경제회복의 준거집단이 되고 있다. 미국 이외에 한국이 시장을 확대하고 자본과 기술을 더 많이 도입할 수 있다면 그만큼 미국은 불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차제에 안보는 경제의 튼튼한 기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97년 11월 당시 한국경제가 부도 직전에 처했을 때 미 재무부는 과도한 자본을 빌려간 한국기업과 그것을 꾸어준 외국은행들을 돕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피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구제금융을 꺼려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미칠 영향을 우선시하여 즉각 지원을 건의했던 것이다. 이제 겨우 외환위기를 탈피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지금도 미국이 영도하고 있는 국제자본시장에서 신인도를 확보하지 않고는 회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적으로도 미국은 우리와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동반자이다. 이처럼 미국은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한국도 이제 주권국가로서 미국에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협상을 통해 주고받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예컨대 노근리와 매향리 사건에 대해 양국은 공동조사를 실시해 진상을 밝히고 보상할 것은 보상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 SOFA 개정 협상에서는 변화된 현재의 여건에 걸맞게 불평등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미국을 당연시하지 말고 협상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한도까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장을 고수함에 있어서 우리는 현재 돌출하고 있는 사건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 중진국인 한국 사이에는 우방이라 할지라도 이견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반미나 친미로 갈라져서 격한 언동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에 관한 한 내부결속을 다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익을 해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수습하는 방어적 반응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으로 한미관계가 왜 중요한가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남북화해협력과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과정과 통일 이후까지 계속할 수 있는 바람직한 한미관계를 재정의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일은 정부가 선도해야 한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 외교정책에 대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정계, 의회, 언론 및 학계에서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이해되고 지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보다 능동적인 대미 민간외교와 홍보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연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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