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곽승준/환경산업은 선진경제 ‘열쇠’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환경산업의 세계적 선두주자인 듀폰사의 미국시장 TV광고를 보면 환경산업에 대한 전망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광고에서 한 남자가 등장해 시청자에게 반문한다. “세상에 환경적이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환경산업의 정의를 인간의 생명과 경제활동을 유지시켜주는 기초적인 자원인 공기 물 토양 에너지 생물의 보존 및 보호와 관련된 산업으로 내린다면 듀폰사의 광고 문구 의미를 좀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인간의 생산과 소비행위를 비롯한 모든 행동이 환경과 연관이 있으며 이러한 행동이 지속될수록, 또한 커질수록 환경산업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새천년에도 인구증가와 더불어 인간의 물질적 발전과 문명화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환경산업은 일시적인 유행을 타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환경산업의 선두국가인 미국에서는 이미 1991년에 환경제품과 관련 서비스가 창출한 부가 국민총생산의 2%를 상회했다. 미국에 상장된 257개 환경관련기업으로 이루어진 미국 주식시장의 환경비즈니스지수(EBJ)가 나스닥지수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 환경산업의 전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 컨설팅 기업인 아서 리틀, 회계금융기업인 엔더슨 컨설팅, 법률회사로 명성을 날리는 시들리 오스틴 등이 환경경영컨설팅을 새천년 주력 업무 분야로 꼽고 있다. 아서 리틀은 이미 연 수입의 20% 이상을 환경 컨설팅으로 얻고 있다.

환경산업의 호황 및 환경벤처기업의 성패의 요소에는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환경산업의 호황은 규제에 의해 시작된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규제수단으로 오염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경제적 유인제도가 확대될수록 환경산업 수요는 커지게 된다. 최근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적인 환경규제의 강화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환경규제의 강도가 커지고 있으며, 규제수단도 총량규제 자율규제 배출권거래제 등 경제적 유인제도 도입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 환경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환경벤처에 좋은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정부 시민환경운동의 활성화와 큰 관련이 있다. 환경시민운동은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아가 정책 결정에 압력단체의 역할을 한다. 4·13 총선에서 보았듯이 국내 시민단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국내 환경벤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세 번째가 정보통신의 발달이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환경정보가 소비자나 생산자 및 유권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환경의식을 높여 환경친화적인 기업의 상품을 소비시킬 수 있고 환경친화적 정책을 지지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게 된다. 기업간에도 환경시장 동향이나 환경기술 및 인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최근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은 국내 환경벤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네 번째가 환경에 대한 금융기관의 변화이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대형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형개발사업이나 기업 신규사업에 투자할 때 신용도나 재무상황뿐만 아니라 환경 위해도를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위해도 관리시스템 때문에 기업들은 환경회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좋은 조건의 투자를 이끌어오기 위해 환경친화경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세계은행의 지원으로 기업 투자를 위한 환경투자지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컨설팅 및 신용평가를 주 사업영역으로 삼는 벤처기업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해 줄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정보 바이오 환경을 새천년 경제질서를 재편할 세 가지 테마로 꼽는다. 이 중 하나만 뒤떨어져도 선진경제 대열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환경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새천년 환경산업을 주도할 환경벤처 열풍이 불고 투자가 지속되도록 관련 정책 당국도 세심한 관심을 가질 시점이다.

곽승준<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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