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포커스]성남시-분당주민 '분가' 추진 논란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분당신도시를 성남시에서 독립시키는 문제가 4·13 총선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하면서 과연 독립시로의 ‘분가’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선에서 분당갑과 을 지역구에 출마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후보 4명 가운데 3명이 분당 독립문제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

특히 분당갑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당선자는 분당 독립을 위해 아파트입주자대표협의회, 분당시 독립추진위원회, 학계, 행정기관 등을 망라한 ‘분당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히고 있다.

분당의 독립 논쟁은 93년 신도시 입주 초기부터 계속돼온 사안. 분당신도시 주민들은 신도시를 건설할 때 분당을 성남시와는 다른 별도의 시로 독립시킨다는 계획이 들어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독립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독립시를 주장하는 쪽은 분당이 성남시 지방세수의 약 68%를 부담하고 있지만 실제로 분당 주민을 위해 투자되는 비율은 훨씬 낮다는 것. 이들은 올해만 해도 분당구의 세입이 1678억원인데 비해 세출은 1379억원에 불과해 300억원의 예산이 다른 구로 빠져 나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분당 백궁과 정자지구 개발을 둘러싼 논란처럼 분당의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 업무용으로 남겨둔 토지를 성남시가 마음대로 용도를 바꿔 사용한다는 인식도 독립 논의를 부추기고 있다.

분당독립시 추진위원회 이준호(李準晧·37)위원장은 “성남과 분당은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사실상 다른 도시나 마찬가지”라며 “성남시가 분당의 문화시설이나 주민편의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만큼 꼭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와 구시가지 쪽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성남시는 우선 분당신도시 입주 초기에 아파트 등록세와 취득세 때문에 분당에서 세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전체 성남시 세수의 40%밖에 안된다는 것.

또 분당이 독립하면 도로 상하수도 쓰레기소각장 등 각종 도시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유지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최근 수원 등의 사례에서 보듯 도시를 쪼개는 대신에 서로 합쳐 광역시로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제의 대세”라며 “성남이 광역시로 승격되고 분당이 자치구가 되는 것이 성남과 분당 모두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당의 독립은 그다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6년 총선에서 당선된 당시 한나라당 오세응(吳世應·현 자민련)의원도 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4년 동안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분당이 독립하려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성남시의 주민투표와 시의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인구가 4대6의 비율로 열세인 분당 쪽이 불리하다는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분당시 독립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남〓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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