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틈탄 제몫 챙기기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총선을 틈타 제몫을 챙기려는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 대우 쌍용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4사 노조가 6일 대우 및 쌍용차 해외매각 반대와 임금투쟁을 연계해 연대총파업에 들어갔으며 서울지하철노조 승무지부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반대 등을 내걸고 7∼8일 파업에 돌입한다. 또 직장의료보험조합 노조는 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그 뿐만 아니다. 의약분업에 사실상 반대하는 동네 의원들의 휴진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51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도 집단휴진에 가세했다. 이에 뒤질세라 특정지역 농어민도 선거철을 지역민원 해결의 기회로 삼아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은근히 이를 부추기는 경우까지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들의 집단행동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그럴듯한 명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총선을 의식한 정부 여당을 힘으로 밀어붙여서라도 제몫을 챙기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이다. 이쯤 되면 시민생활의 불편, 사회질서나 공공이익, 총선 후의 경제 따위는 염두에도 없게 된다.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불법 탈법 무질서로 치닫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특히 명분 없는 불법집단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동차 4사 노조의 대우 및 쌍용차 해외매각 반대만 해도 그렇다. 노조의 반대 이유야 어떻든 그것이 파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노동조합의 쟁의대상은 사용자인데도 채권은행단에서 결정할 문제를 놓고 파업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서울지하철 노조 승무지부의 파업도 노조차원이 아닌 지부차원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현행 노동관계법에 어긋난다. 더구나 서울지하철노조가 ‘무파업 선언’을 해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의 기대를 모으게 했던 것이 지난 1월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의 집단휴진은 더욱 당혹스럽다. 의료계 집행부가 자진해서 휴진방침을 철회한 것이 불과 수일 전이다. 이같은 결정을 그들 스스로 뒤엎어버리는 것은 인술(仁術) 운운에 앞서 국민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행동이다.

아무리 선거철이라 해도 불법과 탈법, 혼란과 무질서가 용인될 수는 없다. 선거에서의 득실을 따지면서 일단 선거나 치르고 보자는 정부 여당의 미온적인 대응은 선거후의 사회기강 해이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더 큰 혼란을 부를 것이다. 한국의 위기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선거 후 제2의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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