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붐비는 하늘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유럽 하늘이 비행기 체증으로 난리다. 통과하는 여객기수도 엄청나게 늘고 있는 데다 상당수 지역이 군사적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1960년에 창설된 유럽공동관제기구(유로컨트롤)에 가입도 하지 않고 영공의 많은 부분에 민항기 통과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 주권과 군사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 이들 국가 때문에 유럽 하늘을 단일 영공으로 만들자는 다수 유럽국가들의 소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유로컨트롤측에 따르면 평상시 전체 민항기 연착 중 군사통제에 의한 연착률은 0.5%. 그러나 작년 코소보 전쟁 때는 4.4%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에는 구(舊)유고, 이탈리아, 알바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영공의 상당부분에 대한 민항기 운항이 금지되어 관제소들은 하루 약 8000대의 민항기 항로를 재조정해주어야 했다. 유럽의 관제소는 모두 68개로 그 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인 모양이다. 관제소가 20개뿐인 미국에 비하면 그만큼 통제가 심해 비행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도 요즈음 하루 김포공항을 오가는 민항기 수는 약 620대나 된다. 내년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면 더 많은 민항기가 몰려 올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통제지역은 휴전선 부근 일부에 있을 뿐 민항기 항로상에는 군의 별다른 통제가 없다는 것이 당국의 얘기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항공기간 근접 비행으로 49차례나 충돌 경보가 울렸으며 그 중 주한 미군기와 민항기의 근접 비행이 3분의 2이상 차지했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면 ‘하늘의 교통정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마침 북한이 국제민항에 항로를 개방한 것도 이달로 2년이 됐다. 개방당시에는 하루 40대 정도의 외국 민항기가 북한 영공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그 통과료만 하더라도 연간 200만달러에서 많게는 600만달러는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 그러나 북한영공을 통과하는 민항기는 하루 겨우 5, 6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북한 항로가 국제 항공사들의 매력을 크게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북한의 하늘은 여전히 한가롭다.

<남찬순논설위원> 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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