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사 ‘모듈러 주택’ 투자 집중…똘똘한 ‘신성장 동력’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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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모듈러 기술 개발 확대
정부도 특별법 제정 나서…“투자비용 높아 대중화 관건”

GS건설 자이가이스트가 최근 준공한 목조 모듈러 기숙사 ‘드림 포레스트’ 전경 (GS건설 제공)
GS건설 자이가이스트가 최근 준공한 목조 모듈러 기숙사 ‘드림 포레스트’ 전경 (GS건설 제공)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모듈러(조립식) 주택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의 핵심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은 공사 기간 단축과 자원 절약이 가능해 공사비 급증과 인력난 부담이 커진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수익성 문제 극복이 과제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현대엔지니어링(064540) 등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GS건설 자이가이스트, 단지형 모듈러 진출 ‘두각’…삼성물산·현대건설도 집중

그중 GS건설은 최근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12월 초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 목조 모듈러로 지은 직원 기숙사 단지 ‘드림 포레스트’를 준공했다.

기존에는 단독주택 위주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주로 진행했으나, 이번 준공을 계기로 단지형 모듈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GS건설은 경기 시흥시 ‘시흥거모 공공주택지구’에서 국내 최고층 스틸 모듈러 아파트(801가구)도 짓는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화재 발생 시에도 구조체 안전성을 유지하는 고층 모듈러 내화 기술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일찌감치 모듈러 건축 분야에 뛰어들었다. 2022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우디 리야드·네옴시티에 모듈러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전제작 콘크리트(PC) 라멘조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PC 라멘조 모듈러 공법’을 개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로봇·AI 기반 목조 모듈러 주택기업인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 부속시설에 목조 모듈러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DL이앤씨는 2023년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26가구 규모 모듈러 단독주택 단지를 국내 최초로 준공했다. 현재 DL이앤씨 산하 미래기술센터는 건축구조모듈러팀을 통해 모듈러 상품을 개발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 주택 기술 실증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과 함께 연구소 ‘H(모듈러)-랩’을 설립했으며,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지상 13층 규모의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도 준공했다.

공사기간 30% 단축·안전관리 효율…업계 “초기 투자 비용 높아, 수익성 고민”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모듈러 건축은 주요 자재를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기존 철근 콘크리트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20~30% 단축할 수 있다. 작업 대부분이 실내에서 이뤄져 안전 관리가 용이하고, 날씨 등 변수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최소화된다.

조봉호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모듈러 주택 기술은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안전사고, 공사 지연, 인력난,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 문제 등 기존 공사에서 반복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모듈러 주택에 주목한다. 국토교통부는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 후속 조치로 OSC(탈현장건설)·모듈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은 설계·감리·품질관리 등 모듈러 관련 법적 기준을 정하고, 규제 해소와 인센티브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수익성 문제, 기술 완성도, 비용 절감 등이 대표적인 숙제다.

모듈러 주택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로, 공사비가 철근 콘크리트 방식보다 약 30% 비싼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시장 규모가 대량 발주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어서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시장 전반 수익성도 낮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7월 자회사(포스코에이앤씨)를 통해 추진해온 모듈러 사업을 수익성 문제로 철수한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대량 생산이 안 돼 단가가 낮아지지 않는 것이 걸림돌”이라며 “현재는 공공 발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검증된 레퍼런스가 없어 주거용 건물에 적용하기 어렵고 대중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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