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宋基淑교수의 '염려'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번만은 전라도 사람들 처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김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마당에서는, 맹신도라는 모멸을 받으면서까지 지지해준 이쪽 사람들의 오명을 씻는 데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좀 감상적으로 말하면 이쪽 사람들한테 은혜를 갚을 차례가 된 것이다.…이쪽 사람들의 (정치 개혁) 열망에 답하고 맹신도라는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어내어 자존심을 살려주는 길은 공천부적격 대상자의 낙천 요구를 거의 전부 수용하는 길밖에 없다. 의석 수가 줄어들 것 같지도 않으므로 사람만 바꾸라는 것인데 그것마저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

▷전남대 국문과 교수이자 소설가로서 지난 날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재야 원로’ 송기숙(宋基淑)선생이 계간 ‘창작과 비평’(2000년 봄호)의 특집 ‘낙천 낙선운동, 유권자혁명의 향방’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전에는 김대통령이 들이대는 사람은 누구든지 표를 몰아주었지만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갈아치우라고 해서 바뀐 사람들한테 표를 찍게 될 것이므로 똑같이 표를 몰아주더라도 그 의미가 전과는 다르다. 이쪽의 의사가 반영된 만큼 유권자들이 후보자 선정의 주체로 참여한 셈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선생의 말이다.

▷그러나 여러 낙천대상자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고 이 지역에 출마했다. 시민단체들이 곧 본격적인 낙선운동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역별 표 몰아주기’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쪽 지역이 뭉치면 그 반응이 곧장 다른 지역의 결합으로 맞물리는 지역주의 현상이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정부’를 앞세운 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역감정이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악화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현정권은 이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송기숙선생처럼 ‘진정한 염려’를 해야 한다.

<전진우논설위원>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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