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국문과 교수이자 소설가로서 지난 날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재야 원로’ 송기숙(宋基淑)선생이 계간 ‘창작과 비평’(2000년 봄호)의 특집 ‘낙천 낙선운동, 유권자혁명의 향방’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전에는 김대통령이 들이대는 사람은 누구든지 표를 몰아주었지만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갈아치우라고 해서 바뀐 사람들한테 표를 찍게 될 것이므로 똑같이 표를 몰아주더라도 그 의미가 전과는 다르다. 이쪽의 의사가 반영된 만큼 유권자들이 후보자 선정의 주체로 참여한 셈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선생의 말이다.
▷그러나 여러 낙천대상자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고 이 지역에 출마했다. 시민단체들이 곧 본격적인 낙선운동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역별 표 몰아주기’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쪽 지역이 뭉치면 그 반응이 곧장 다른 지역의 결합으로 맞물리는 지역주의 현상이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정부’를 앞세운 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역감정이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악화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현정권은 이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송기숙선생처럼 ‘진정한 염려’를 해야 한다.
<전진우논설위원>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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