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전자상거래 관련법 제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전자서명법이 발효돼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신용도를 정부가 인증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전자자금이체법은 여전히 정통부와 재경부 사이의 논란으로 공중에 떠 있다.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도 정통부와 문화관광부의 논쟁 속에서 언제 제정될지 요원한 상태.
인터넷 기술의 진보 속도만큼 정부의 대응이 신속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업계는 불만이다. 정책 입안자가 자료를 검토하고 논쟁을 벌이는 사이에 한 단계 진전된 신기술이 탄생하고 관련법 제정을 뭉그적거리는 사이에 수년간 노력해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송두리째 도둑맞고 도산하는 업체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한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디지털시대의 인터넷 혁명을 아날로그 시대의 ‘공무원적’ 행동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5, 6단계의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자세를 고치지 않는 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사이버코리아21’이라는 구호는 한낱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훈기자<경제부>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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