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도시 전세 '별따기'…2000만원까지 뜀박질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분당과 일산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 물량마저 부족해 집을 구하기조차 어려워지는 등 ‘전세 대란(大亂)’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겨울 비수기에, 그것도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형성된 가운데 전세금이 오르면 곧바로 중소형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세금 급등〓 7일 수도권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 규모는 한달 전보다 평균 500만원, 중대형 아파트의 전세금은 1000만∼2000만원 올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든마을 H아파트 32평형 전세금은 1억3000만원, 27평형이 1억1000만원 정도로 지난해 말보다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백마마을 H아파트 49평형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오른 1억2000만∼1억3000만원에 전세가 나와 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삼성아파트와 LG아파트 38평형의 전세금은 지난해 말까지 9000만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95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경기 과천시의 경우 25평 전세가 1억1000만원, 27평형은 1억2000만∼1억3000만원, 매매가는 25평형이 2억6000만원, 27평형이 2억9000만원선으로 지난해 봄보다 전세금은 1000만원, 매매가는 2000만원 가량 올랐다.

이처럼 전세금이 오르자 일부 아파트주인들은 기존 전세금의 5% 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한 주택임대차 계약법을 무시하고 전세금을 터무니 없이 올려달라고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

집주인의 전세금 인상요구에 따라 외곽으로 이사하려는 사람이 늘고 이 때문에 의정부 김포 남양주 용인수지 수원영통 지역의 전세금도 연쇄적으로 들먹이고 있다.

▽전세 물량 부족〓 일산신도시 마두동의 경우 38평형은 전세 물건이 아예 없고 30평 이하 소형평수도 하루 1건 정도 나오는데 수요자는 3∼5명이나 돼 대부분 연락처만 남기고 가는 실정이다.

마두동 백마마을 벽산공인중개사 대표 손정희(孫正姬·40·여)씨는 “38평형은 아예 물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전세아파트가 품귀현상”이라며 “32평 이하의 작은 평수를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지만 내놓은 전세 물건이 없어 대부분 연락처만 남기고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신도시 서현동 굿모닝 부동산뱅크 백송희(白松姬·45·여)씨는 “분당신도시 전체에서 하루 1, 2건의 전세물건이 나오지만 평형 층수 구분없이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이 이뤄진다”며 “지난해 말부터 ‘전세가 동났다’는 소문이 퍼져 하루 20여통의 전화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 물량이 부족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인 98년 초 그 전보다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체결한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가고 있는데다 수도권 아파트 재개발에 따른 가수요와 겨울철 이사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 동안 주택건설물량이 줄어든데다 소형 아파트 건립비율까지 낮아져 소형아파트 공급이 달리면서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전세대란은 통상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성남·고양〓박종희·이명건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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