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韓美의 노근리-고엽제 현안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몇십년 전의 일들이 한미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을 수호하기 위해 파병된 미군이 한국 양민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 미국에 협조하기 위해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이 미군의 고엽제에 노출된 사건, 더구나 한국의 휴전선일대에 고엽제가 살포된 사건 등이 그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런 방향으로만 몰고가면 대미외교를 어떻게 하느냐”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이제 와서 재조명되는 데는 연유가 있다. 그동안 한미 양국 정부는 이것을 풀려고 하지도 않았고 풀기도 어려웠다.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이제야 문제가 된 것은 한미 양국의 업보라고도 볼 수 있다.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에 대해서는 이미 84년에 제조회사가 1억8000만달러의 배상금을 내놓고 피해신청을 받았다. 미군 이외에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의 군인들도 배상금을 받았다. 한국만 예외였다. 노근리 사건도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일차적으로 한국정부가 이를 묵살했다. 미국정부도 미국언론이 보도하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미국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의 고엽제 피해 소송에 대해서도 한국정부는 어정쩡하다.

처음에는 국무총리가 서명한 위임장을 보내 원고의 입장에 섰다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한다며 발을 뺐다.

그러나 미국은 이 문제를 다룰 전문가회담을 개최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해결도 무망하다. 그렇다면 다시 소송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로 보이는데도 한국정부는 망설이고 있다.

과거의 불상사를 시정하는 것이 한미관계를 나쁘게 만들까. 그것이 오히려 한미관계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보는 편이 옳지 않을까.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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