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세로 가는길]금융소득종합과세

입력 1999-07-06 18:34수정 2009-09-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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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가 자영자의 탈세를 막기 위해 폐지해야 할 제도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소득계층간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꼭 부활시켜야 할 세제로 꼽히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란 이자 배당 등 금융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근로소득 부동산임대소득 사업소득 등과 합산해서 총 소득을 산정한 뒤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과세방식. 반면 예금이자 등에 대한 세금과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에 대한 세금을 따로 물리는 방식은 금융소득분리과세라고 불린다.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임대소득 기타 소득 등 금융소득을 제외한 각종 소득에 대해서는 종합과세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유독 금융소득에 대해서만 분리과세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6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를 도입해 2년 동안 시행했다. 그러나 97년말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연 시행이 유보됐다.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도입할 당시 내세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조세부담의 형평성 문제였다. 금융소득도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과 똑같은 소득인데 유독 금융소득만 분리 과세제도를 채택해 소득의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것.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는 시행 당시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의 환영을 받았다.

당시 정부가 도입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골자는 부부의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소득규모에 따라 10∼40%의 세율을 적용하되 4000만원 이하일 경우엔 일률적으로 15%의 이자소득세만 내도록 한 것. 대신 그동안 일률적으로 이자소득에 적용하던 20%의 세율을 15%로 내렸다.

그러나 정부는 97년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하고 이자소득세율도 20%로 환원시켰다. 게다가 98년 10월부터는 세수확보를 위해 이자소득세율을 22%로 인상했다. 서민층의 세부담은 15%에서 22%로 7%포인트 증가하는 대신 고소득층의 세부담은 최고 40%에서 22%로 낮아진 셈이다.

실제로 이자율 연12%, 이자소득세율 22%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볼 때 1억원 예금으로 연간 12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은 사람은 종합과세때 180만원의 세금만 내면 되던 것이 분리과세로 26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100억원 예금으로 12억원의 이자소득을 올린 사람은 종합과세때 4억6540만원을, 분리과세의 경우 2억6400만원의 세금을 물게 된다. 이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분리과세가 서민층과 중산층에는 불공평하고 부유층 및 고소득층에는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고금리체제하에서 부유층들이 톡톡히 재미를 봤다는 점에서 계층간 과세불평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시행되면 금융거래의 투명성도 높아진다. 금융소득에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합쳐 누진세율이 적용되면 금융소득이 많을수록 세부담이 더욱 늘어나 다른 사람에게 계좌를 빌려주는 차명계좌 관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반대이유는 자본의 해외도피 가능성과 고소득자들의 돈이 장롱 속으로 숨어들어 산업자금으로 사용되어야 할 자본이 지하자금화될 것이라는 주장. 그러나 96년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됐을 때 대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거나 장롱 속으로 숨어버렸다고 주장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7월 한가지 흥미로운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국회의원 4명 중 1명꼴로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는 종합과세 대상자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종합과세를 유보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인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하는 것은 조세형평의 원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이미 유보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부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동아일보―참여연대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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