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Film Review]스파이크 리「샘의 여름」

입력 1999-07-04 18:37수정 2009-09-2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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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인 1977년 데이비드 버코위츠의 살인행각은 뉴욕시를 들끓게 만들었다. 그리고 1999년 스파이크 리 감독은 버코위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샘의 여름(Summer of Sam)’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전면에 부각돼 있는 것은 버코위츠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의 이야기가 악마적일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돼 있기는 하지만, 기가 막힐 정도로 매혹적인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대담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성묘사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에이즈가 등장하기 이전의 욕망이 넘치는 광란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디스코텍, 펑크 음악, 마약, 끔찍한 신문 기사들, 히스테리에 가까운 편견들이 보여주는 광란의 세계는 살인자가 활개치며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샘의 여름’이 묘사하고 있는 브롱크스 지역의 분위기, 즉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이고, 싸움이 끊이지 않고,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아닌 사람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태도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에서 보여준 분위기와 많이 닮아 있다. ‘샘의 여름’의 등장인물들이 ‘옳은 일을 하라’와는 달리 백인들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공연히 남자다운척 폼을 잡고 끊임없이 호언장담을 늘어놓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 비니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편견 가득한 태도에 충성을 바치는 한편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반면 그의 죽마고우인 리치는 공연히 반항아인척 꾸미고 다닌다. 그리고 영화가 절정을 향해 치달으면서 이들의 우정은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샘의 여름’이 뜨겁고 강렬한 대단원에 도달할 때쯤이면 데이비드 버코위츠보다 더 고통받는 영혼들이 화면에 묘사된다. 검은 양말을 신고 몸부림을 치면 옆집 개에게 악을 쓰는 버코위츠는 광기의 촉매제일 뿐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에는 언제나 치밀한 플롯이 부족하다. 그러나 강렬함이 그 결점을 덮어버린다. 영화에는 타는 듯 강렬한 등장인물들이 흘러 넘친다. ‘샘의 여름’의 주인공 비니 역시 깊이 생각하고 만들어낸 인물이 아닌 것 같은데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또한 세부묘사가 약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특징을 아주 날카롭게 잡아낸 부분도 있다. ‘샘의 여름’의 무대가 된 부둣가 동네에서 껍질이 깨진 바닷가재를 싼값에 팔려고 애쓰는 마약 중독자를 묘사한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이 영화의 분위기와 대사가 매우 거친 것도 스파이크 리 감독의 치밀한 계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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