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홍보처 106명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언론의 끈질긴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주 초 출범하는 국정홍보처가 과연 겉으로 내건 홍보기능 강화라는 순수한 목적을 철저히 지킬 것인가. 이에 대해 언론은 여전히 의구심을 씻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 생기는 홍보처가 언론통제 내지 조정역할에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이미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확정된 홍보처의 조직은 당초 정부조직 진단팀의 제안과도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그 우려를 증폭시킨다.

진단팀은 홍보처를 신설하지 말고 총리 산하 공보실을 강화, 1급 실장 아래 기존보다 12명을 늘려 59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내놓았었다. 이것이 정부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서 차관급을 처장으로 한 2백77명의 홍보처로 둔갑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공보처를 없애면서 문화관광부로 옮긴 해외문화홍보원과 국립영상제작소 정부간행물제작소를 축소해 흡수하는 1백71명이 포함된다. 문제는 나머지 1백6명 중 일부 총무과 소속을 제외한 언론정책 분야다. 이것이 홍보처의 핵심이며 의혹도 여기에 집중된다.

우선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지부터 납득이 안간다. ‘59명안’은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홍보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진단팀 관계자는 밝혔다. 다만 홍보설계기능(기획)과 ‘알리는 기능’(집행) ‘듣는 기능’(분석)으로 크게 나눈 핵심 아이디어는 진단팀의 제안대로다. 그러나 정부는 ‘작은 정부’ 원칙에 충실한 진단팀안을 무시했다. 결국 간행물의 인허가 및 규제와 관련된 단순기능만을 문화부에 남겨놓고 과거 공보처의 기능을 다시 모아 1년만에 공보처를 사실상 부활하고 말았다.

홍보처의 핵심 3개 기능은 3국(局)9과(課)로 이루어진다. 4개과인 홍보기획국은 기획 여론조사 홍보논리개발 대(對)국민홍보 등을, 3개과인 국정홍보국은 홍보집행업무를, 2개과로 이루어지는 분석국은 신문방송의 모니터 기능을 맡는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어디에도 언론조정 및 통제 역할을 맡는 부서는 없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도 언론통제를 전면에 내세운 적이 없다. 뒤에서 은밀히 진행하는 공작형(工作型) 회유와 통제가 항상 문제였던 것이다. ‘밥값’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권이 좋아하는 일을 꾸미는 조직의 속성과 언론을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권력의 속성이 만날 때 문제는 발생한다.

국정홍보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공보수석실과 정책기획수석실도 맡고 있다. 이런 판국에 비대해진 홍보처의 실제 활동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언론 스스로 어떤 외부의 간섭이나 영향력에도 굴절됨이 없이 정론직필(正論直筆)하는 꿋꿋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 앞에서는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과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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