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엉터리 국민연금공단

동아일보 입력 1999-02-06 20:08수정 2009-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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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전국민 연금시대를 여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너무나 엉터리다. 준비와 홍보부족은 물론 출발부터 국민에 대한 서비스정신보다 행정편의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직장과 농어촌지역의 기존 가입자 외에 18세 이상 60세 미만 도시지역 거주자 1천47만명의 의무가입으로 국민연금가입자는 총 1천7백여만명에 이르게 됐다. 이에 따른 행정수요의 급증으로 연금공단의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월소득액 신고라는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은 너무 실망스럽다.

우선 신규가입 대상자들에게 통보된 월소득액 산정의 합리적 근거가 미약하다. 연금공단은 소득노출을 꺼리는 가입자들의 하향신고를 막기 위해 ‘신고권장소득’이라는 새 개념을 만들었다. 과세와 의료보험 자료 등을 참고로 한 추정소득이라고 한다. 업종별로 병원 3백60만원, 작가 연예인 3백23만원, 제과점 1백50만원, 세탁염색업 1백43만원 이런 식이다.

가입자는 이 기준의 80% 이상을 자신의 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실제소득과 현저히 다를 경우 증빙서류를 붙여 정정신청하라고 통보했다. 과세자료의 낮은 신뢰도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준을 멋대로 정해놓고 가입자에게 알아서 고치라는 무책임한 자세가 아닌가.

신고권장소득은 업종과 지역만을 일률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소득과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금융소득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실직 휴폐업하거나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경우도 97년도 자료만을 근거로 소득을 추정했다.

심지어 납부 예외대상인 학생 군인 등에게까지 국민연금 표준소득의 중간선인 99만원으로 일률 책정했다. 주먹구구식 무책임행정의 표본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뿐만 아니다. 실제소득과 안맞는 경우 정정신청하는 절차에 관해 개별통지서에 구체적 안내조차 없다. 대상자가 일일이 연금공단 지사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학생의 경우 재학증명서를 떼면 되겠지만 정정사유를 객관적으로 입증받기 어려울 때 어떻게 증빙서류를 만들어야 할지 난감한 사람도 많다. 입증책임을 가입자에게 떠넘긴 데서 오는 결과다. 이래서야 연금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한때는 연금기금을 고갈시켜 분통을 터뜨리게 하더니 이번에는 불편을 주는 행정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어떤 행정이든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지난해말 개정법이 통과된 이후 촉박한 시행일정과 인력 자료 등의 미비로 시행착오가 예상됐으나 이건 지나치다. 무성의한 졸속행정은 국민을 괴롭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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