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현옥/『할머니 알뜰한 살림솜씨 배울게요』

입력 1999-01-17 18:05수정 2009-09-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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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걷다가 막내딸의 빨간 양말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뭉툭한 느낌이 있어 속을 뒤집어 보았다. 검정색 천을 대어 곱게 바느질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뚫어진 양말을 보고 꿰매줘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내가 바느질을 안했는데 도대체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동안 어디 어디를 놀러갔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계신 친정 오빠집에 다녀온 것이 생각났다. 나이가 드셨는데도 늘 뭔가 일거리를 찾는 할머니. 구멍난 양말을 꿰매주신 분은 바로 할머니셨다.

막내에게 할머니께서 예쁘게 꿰매줬다고 말했는데도 별로 탐탁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옛날에는 물건이 귀해 양말에 구멍이 나면 이렇게 기워 신었다”고 설명해주고 나니 바느질 솜씨가 일품인 할머니생각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올케에게 전화를 걸어 양말 이야기를 했더니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증손자들의 속내의도 기워주시고 행주가 더러워서 버리면 다시 주워 삶아서 쓰게 하신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방학만 되면 할머니 댁에 놀러가 한두달씩 있다가 개학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저녁때가 되면 고구마를 쪄주시고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또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빈대떡이며 두부 엿 연시 등도 잊히지 않지만 할머니께서 양 무릎에 대주신 빨간색 노란색의 동그란 바느질 자국이 기억에 생생하다.

오랜만에 할머니의 바느질을 보며 알뜰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김현옥(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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