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삽시다 1]美 노화연구소/생명의 한계 도전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삶의 조건이 향상되고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99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 ‘장수의 21세기’에 대비하는 지구촌 생명공학연구현장 등을 찾아간다. 시리즈는 △제1부―생명의 한계에 도전한다 △제2부―지상낙원은 어디에 △제3부―21세기 뉴실버세대 △제4부―우리의 자화상 순으로 총 10여회에 걸쳐 실리며 ‘건강하고 보람찬 삶’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국립노화연구소(NIA·National Institute On Aging) 노인학연구센터. 실험실에 들어서면 벽을 따라 설치된 인큐베이터 안에 수 백 개의 실험기구인 샬레가 올망졸망 놓여 있다.

샬레 안의 분홍색 배양액에는 세포들이 담겨 천천히 분열을 거듭한다. 언젠가 분열을 멈추고 생명을 다할 때까지.

‘불로초’는 과연 있는가? 인간 수명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사람이 왜 늙는지, 늙어가는 것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 아무도 정답을 내놓지 못했다.

“노화의 원인에 관한 여러 이론은 퍼즐 맞추기의 조각과도 같다. 하나의 이론으로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NIA의 생물학 분과장인 아나 매코믹박사의 설명.

그는 현재 가장 큰 지지를 얻는 것이 ‘유해활성산소 이론’이라고 소개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몸 안의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가 단백질 DNA 등에 손상을 입혀 세포를 죽임으로써 사람을 늙게 한다는 것.

과학자들은 유해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해보았다. 실험대상은 초파리. 초파리 유전자에 카탈라제 SOD 등 항산화효소를 넣었더니 초파리의 수명이 연장됐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 그 많은 세포마다 얼마만큼의 항산화제를 어떻게 넣어야 할까? 연구 중이지만 “무척 어려운 작업”이란 결론.

또 하나의 중요한 시도는 세포분열을 멈추지 않게 해 젊음을 지켜보자는 것.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부분인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고 일정 길이 이하가 되면 세포분열이 멈춘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효소(텔로머라제)로 막아냈다.

이 이론도 노화방지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매코믹 박사는 “분열하지 않는 세포, 즉 근육세포나 뇌세포의 노화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유전자 연구에 관한 최근의 성과는 NIA의 지원을 받은 하버드대의대의 나디아 로젠탈박사팀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쥐의 유전자에 성장인자인 ‘IGF1’을 집어넣었더니 늙은 뒤에도 근육의 양과 힘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매코믹박사는 “이 물질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면 2,3년내에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 모두가 동의하는 안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NIA 세포 분자생물학 연구소장인 조지 로스박사는 “칼로리를 줄인 식사를 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사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87년부터 원숭이 수 십 마리를 데리고 칼로리를 30% 줄여 먹이는 실험을 했다.

결과 노화가 늦춰지고 당뇨병이나 암에 걸릴 확률도 낮아졌으며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DHEA 수치도 젊을 때의 수준을 계속 유지. ‘쥐 먹이의 칼로리를 40% 줄였더니 수명이 40% 정도 연장됐다’는 30년대 이래의 실험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도 오래 살기 위해선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를 그만큼 줄여야 된다는 말. 로스박사는 그 원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칼로리를 줄인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연구의 목표다. 칼로리 제한요법과 같은 효과가 나게 효소나 유전자를 공략하는 약을 만드는 것이다.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운동도 생명연장의 한 방법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NIA 분자생리학 유전학 연구소장인 도널드 인그램박사는 “적당한 운동이 심장혈관 기능을 높이고 평균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베데스다 볼티모어(미 메릴랜드주)〓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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