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칼럼]유러貨 전자거래 대비할때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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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새벽이 되면 지구촌에 엄청난 변화가 오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2000년 1월1일과 밀레니엄버그(Y2K) 문제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서유럽 11개국에서 유럽단일통화인 ‘유러(Euro)’를 사용하기 시작할 1999년 1월1일에 대한 얘기다.

유러는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우선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유러와 이 새로운 화폐의 심벌을 처리하는 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된다. 특히 금융 서비스업계는 심각한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일단 유러는 전자거래(Electronic Transaction)를 위해서만 쓰여지게 된다. 실제 동전과 지폐 형태의 유러가 등장하는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1월 1일부터다.

그리고 그해 7월이 되어야 비로소 이 새로운 화폐가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의 기존 통화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유럽공동체, 즉 ‘유러존(Eurozone)’엔 3억명의 소비자가 있다.미국과 맞먹는 규모의 경제블록이다.

유러존은 환율에 따른 손실이나 위험부담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다. 단일화폐가 통용되므로 유러존 11개국을 상대로 사업을 진행시키기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진다. 환율변화에 따라 상품 가격을 조정할 필요도 없다. 덕분에 유럽에 진출하려는 회사들에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언어와 문화의 이질성은 여전히 문제가 되겠지만 단일통화가 통용되는 것만으로도 중소업체의 수출여건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은 유러의 등장이 야기할 혼란을 각오해야 한다. 가트너 그룹은 소프트웨어 업계가 유러 문제로 1천억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베이스와 금융시스템은 유러의 새로운 심벌을 수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달러가 대문자 S에 수직선을 내려긋는 표식을 가지고 있듯 유러는 C자 위에 두 개의 수평선을 그어 놓은 듯한 심벌을 가지고 있다.

유럽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지금이 중요한 시기다. 유러가 판로와 유통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계산해야 한다. 예컨대 유럽지역의 고객회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문해 보기 바란다.

몇몇 회사는 유러화로 대금을 결제해 주기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유러를 잘 다룰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하지 않을까.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새로운 통화를 처리할 준비가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러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유럽 각국의 경제주체들 사이에 환율이 없다는 것은 곧 화폐를 통제할 중요한 수단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환율은 단일 경제를 다른 국가의 경제시스템에 적응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

물론 유러의 궁극적 목표는 이러한 조정작업조차 필요치 않은 거대한 단일 경제 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유럽지역으로 더 많은 노동력의 유입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 노동력을 수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갖가지 염려와 예고된 혼란에도 불구하고 유러는 우리곁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유러에 대비해야 할 때다.

〈정리〓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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