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부른다/전남]남도 답사코스 2선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93년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시리즈가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답사문학’이란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영남대 유홍준(兪弘濬·미술사)교수는 “남도가 단연 답사의 일번지”라고 꼽았다. 남도를 돌다 보면 결코 얇지 않은 그의 답사기를 들고 다니며 책내용과 실제 장소를 맞춰 보는 여행객들을 요즘도 볼 수 있다. 유교수가 추천한 남도답사의 두 코스.》

▼ 가사문화권 ▼

무등산 자락에 산재한 누정(樓亭)을 중심으로 펼쳐진 가사문학의 산실은 문학 건축 조경분야 전문가들에게는 물론, 옛 풍류를 접하려는 일반인에게도 마음먹고 둘러 봄직한 코스다.

면앙정 송각정 명옥헌 소쇄원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 등을 돌아보는 답사코스에 대해 유교수는 “조선시대 조원(造園)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황금코스”라고 평했다. 그는 특히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梁山甫)가 자손들에게 “절대로 남에게 팔지 말 것이며 돌 하나, 계곡 한구석에 내 손길과 내 발자국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하나도 상함이 없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되새겼다.

서하당 김성원(金成遠)이 장인을 위해 지었다는,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란 의미의 식영정에 올라서면 시원한 광주호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 온다. 2박3일 일정의 경우 첫날밤은 해남 대흥사에서 자면 된다. 다음날은 △해남 녹우당 △강진 칠량옹기마을 △무위사 △영암 도갑사를 돌아 월출산 자락에서 보내고 마지막날 나주 불회사 화순 운주사를 거쳐 소쇄원 식영정 등을 돌아 보는 것이 좋다.

▼ 강진 해남 ▼

그는 강진 해남과 관련, “우리 역사무대에서 단 한번도 전면에 부상하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는 유물과 유적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저항과 항쟁, 유배의 땅에 서려 있는 역사의 체취가 남아 있으며, 이름 없는 도공과 농투성이들의 삶이 느껴지는 흙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주저없이 ‘일번지’로 부른다”고 강조했다.

그가 추천한 3박4일 일정은 첫날 광주에 도착해 5·18묘지를 참배하고 무등산 주변 가사문화권을 돌아본 뒤 강진 무위사를 거쳐 영암 월출산 주변에서 일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날 강진으로 출발해 영랑생가와 다산초당 백련사를 거쳐 해남 달마산 미황사를 돌아본 뒤 땅끝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보길도에 짐을 푼다. 셋째날 보길도 예송리해수욕장 부용동 윤고산유적지를 거쳐 땅끝으로 나와 다시 해남 녹우당을 거쳐 대흥사입구 여관촌에 숙소를 잡는다. 마지막날 나주로 가 불회사와 화순 운주사를 차례로 둘러 본다.

〈정리〓김 권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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