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에 빠뜨린 北잠수정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북한 잠수정을 바다밑으로 빠뜨린 군당국의 어설픈 예인작전에 국민이 개탄하고 있다. 시민정신이 잡아낸 침투 잠수정을 군이 사후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96년 강릉침투때와 똑같은 양상으로 해안방위가 뚫려 해군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매번 시민신고가 유일한 감시망 역할을 한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국방예산을 쓰느냐는 질책도 있다.

북한군 잠수정이 침투한 강릉 속초 앞바다는 해군 제1함대사령부 관할이다. 1함대사에는 이미 수년 전에 최첨단 전투장비인 대잠수함 초계기 P3C가 상당수 배치됐다. 대잠함 헬기인 링스와 함께 구성된 항공전단도 해군에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도 동해안이 북한 잠수함들의 ‘놀이터’라면 문제가 아닌가. 해군 당국자들은 잠수함 추적이 망망대해에서 꽁치 한마리 찾아내기만큼이나 어려운 데 비해 장비가 태부족이라고 하소연이다. 그러나 북측 잠수정이 군의 눈을 피하고 민간인의 눈에만 띄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은 잠수정발견 이후 군당국의 처리 모양새다. 해군은 이번 작전의 지휘부인 합참과 함께 예인항구 지정과 소요시간 관리, 잠수정의 무게판단 등에서 큰 실책을 범했다. 우선 군당국이 왜 발견현장에서 잠수정을 부양해 놓은채 즉각 승조원의 인명과 정보자료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가 석연치 않다. 응급조치가 당연히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장간첩이든 정탐요원이든 이들을 생포해야 합동신문조의 조사로 잠수정의 침투목적이 파악되는 것이다.

해군기지로 끌고 가는 예인작전도 미숙했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양양의 기사문항에 도착할 즈음 목적지가 동해항으로 바뀐 것은 중요한 작전 미스다. 이 때문에 5시간 정도로 예정한 예인시간이 18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착오를 유발했다. 한마디로 작전부재였다. 군의 작전수행이 왜 이렇게 확고한 계획과 지침 없이 우왕좌왕하게 됐는지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잠수정이 침몰한 사실을 숨기다가 3시간 후에야 밝힌 것도 당황한 탓이라지만 은폐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됐다.

1%의 위험가능성에도 완벽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안보태세라는 점에 비추어 해군의 사후처리는 너무 안이하고 어설펐다. 세계가 지켜보는 눈 앞에서 우리의 군능력이 망신당한 꼴이다. 응분의 문책이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편다고 해서 군까지 느슨해져서는 안될 일이다. 국방안보 능력이 충분할 때 유연한 대북화해정책도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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