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사능 샘물」은폐 말이 안된다

동아일보 입력 1998-05-30 20:02수정 2009-09-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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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충남북 일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생수와 지하수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권고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환경부가 96년 말부터 이같은 연구결과를 알고도 지금까지 쉬쉬해 온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다.

고려대 기초과학연구소가 95년 말부터 1년간 충북 청원군 일대에서 생산해 시판하고 있는 16종의 생수를 검사한 결과 3개 제품에서 WHO와 EPA의 권고기준을 최고 4배나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또 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대전 유성구 일대 등의 여러 지하수에서도 기준치를 최고 50배나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환경부는 물론 생수업계에도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 사실을 은폐해 왔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회적 충격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일의 앞뒤도 구분하지 못한 한심한 변명이다. 국민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즉각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했어야 할 일이 아닌가.

환경부 관계자는 또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고 국내에는 아직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그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역시 말이 안된다. 환경오염피해는 개연성만으로도 재빨리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대개 환경오염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대처하려면 사회적 경제적 비용과 대가가 훨씬 커진다. 환경부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외국의 기준치를 원용해서라도 빨리 기준치를 설정하고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생수제품의 시판금지 등 단호한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일부 생수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숨겨 왔다는 것은 무사안일에 젖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환경부가 문제의 생수제품을 방치해온 것은 국민건강보다도 생수업체의 입장을 더 두둔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는 환경부가 일부 생수업자들의 로비에 놀아났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환경부는 이제부터라도 생수와 지하수의 방사성물질 기준치를 정하고 시판중인 생수에 대한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등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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