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5·18공동체정신

입력 1998-05-17 21:09수정 2009-09-25 13:0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5·18광주민주화운동은 기층민중과 노동자계급이 주도한 민중항쟁이라기보다는 국가의 원초적 폭력을 거부하는 초계급적 시민항쟁이다.’ 5·18기념재단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5·18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광주민주항쟁은 이렇게 정리됐다. 세계적 사회학자인 프랑스 사회과학원교수 알랭 투렌과 노르웨이대 교수 요한 갈퉁은 5·18정신의 세계화를 역설했다. 국가폭력의 거부, 시민공동체의 자치경험 그리고 ‘외로운 도시 속의 의로운 행동’의 세계사적 계승발전을 주장했다.

▼18년 전 광주는 4단계의 압축된 역사를 경험한다. 5·17이전 학생시위와 경찰진압이 첫단계였다. 2단계는 하나회그룹의 신군부가 전국계엄확대 조치와 함께 살상진압을 자행한 18일부터의 사흘간이다. 3단계는 바로 5·18민주화운동의 핵심인 ‘시민공동체 자치기간’이다. 22일부터 전남도청이 무력점령되는 27일까지 광주는 의로운 시민공동체였다.

▼공권력 공백상태에서도 약탈 방화나 외국인 공격이 없었다. 그런 5·18은 세계언론에 생생하게 보도됐고 지구촌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았다. 외곽 봉쇄로 고립된 ‘공동체’는 생필품 부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매점매석이 없었고 식료품판매도 자율과 질서가 지켜졌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화교습격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 한국인 점포 약탈과는 대조적이었다.

▼5·18기념일 이틀 전, 시위에 나선 민주노총의 ‘질서유지단’을 보면서 역사발전을 실감한다. 5·18시민의식이 그 세계화의 점화로 보상받듯이 평화시위의 요구도 더욱 경청될 것이다. 5·18민주항쟁은 그 진상규명이 미흡하지만 극단위기 속의 자율의지가 핵심가치로 정제(精製)됐다. 갈등해결의 주체는 정치세력이기보다 광범한 시민사회라는 것이 투렌의 말이다.

〈김재홍 논설위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