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납치사건]청와대-정관가,『마침내…』 파장 주시

  • 입력 1998년 2월 19일 19시 41분


동아일보가 73년 김대중(金大中)납치사건이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졌다는 극비문서를 특종보도한데 대해 19일 정치권은 물론 관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진실”이라며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DJ식 ‘역사바로세우기’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문서공개가 가져올 정치 외교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다른 일각에서는 “공소시효는 지난 일이지만 구여권이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쪽에도 정치적인 압박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기부는 공식논평을 일절 삼가는 등 신중한 태도였다. 그러나 중앙정보부가 안기부의 전신이란 점 때문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안기부문서의 보존연한이 5년 정도이기 때문에 관련문서가 남아있지도 않을 뿐더러 워낙 오래된 일이라 존재여부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이같은 사실이 밝혀져 안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으나 일부에서는 “차제에 외국처럼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관련문서 공개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무부 관리들은 한일(韓日)양국이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김차기대통령측의 향후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외무부 당국자는 “동아일보 보도로 전모가 드러났지만 현재로선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타결된 문제이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재론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정부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일본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측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 “외무부로서는 김차기대통령측의 향후 대응방침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당국자는 “김차기대통령이 얼마전 이 문제로 양국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힌 만큼 정부가 나서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라고 전망했다. ○…국민회의는 “이번 기회에 이 사건의 진상을 역사앞에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는 간부간담회에서 이 사건의 처리방향을 논의,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되 책임자의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김차기대통령의 방침대로 진상규명에 당이 앞장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차기대통령 본인이 직접 관련 당사자인 만큼 청와대보다는 당이 진상규명작업의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납치사건의 진상규명에는 일본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회의는 곧 당내에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당시 관련자의 증언확보나 관련자료 수집 등을 통해 진상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국민회의는 이 과정에서 납치사건이 단순히 ‘납치’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살해’를 목적으로 한 살해미수 음모극이었다는 점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맹형규(孟亨奎)대변인만이 기자들의 질문에 “역사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권력을 쥔 사람들은 권력행사에 있어 항상 정정당당하고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러나 국민신당은 이만섭(李萬燮)총재 주재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당차원의 관심을 표명한 뒤 김충근(金忠根)대변인을 통해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김대변인은 성명에서 “정보기관이 저질렀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했을 뿐 영구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이 사건이 국가기관의 조직적 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은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우리 모두의 수치”라고 논평했다. 김대변인은 “이미 25년이 경과한 사건이지만 법적 정치적 책임추궁을 떠나 진상을 조속히 그리고 철저하게 밝힘으로써 역사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관·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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