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희성/주가폭락 부른 기아의 「배짱」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41분


기아가 화의를 신청한 22일 기아그룹 대변인격인 기아정보시스템 이종대(李鍾大)사장은 『화의신청 목적중의 하나는 김선홍(金善弘)회장 체제를 고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의 사퇴거부로 결국 기아가 부도처리될 경우 대응책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사장은 『김회장이 기아회생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란 사실을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하겠다』는 대답만 했다. 마치 기아는 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체제를 위해서라면 부도를 비롯한 어떤 사태도 불사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 것처럼. 재계 관계자들은 기아의 화의신청에 대해 『기아가 드디어 「할테면 해보라」는 태도로 나왔다』며 「부채가 10조원이 넘는 기아를 감히 부도내지 못할 것이란 배짱이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기아의 각오」에 대한 시중여론은 기아에 그리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하다. 김회장 체제고수를 위해 채권단과 맞서고 있는 기아의 모습에 『너무 욕심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눈길도 많이 쏠리고 있다. 화의신청 소식에 주식시장이 이틀째 얼어붙고 기아그룹 주가가 큰폭으로 빠진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풀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증시에서는 「화의 신청〓김회장체제 고수〓기아사태 장기표류」라고 이해되고 있다』며 『현 체제로는기아의 회생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화의신청에 따른 실망매물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경영인들은 자기회사 주가가 폭락하면 자신의 경영능력을 주주들이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자진해 물러난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회가 퇴진시켜버린다. 책임경영의식은 오늘날 미국경제가 불같이 일어서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국내 유일의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기아는 김회장만을 위한 경영이 아닌 소액주주들을 염두에 둔 경영을 펼쳐야 한다. 이희성<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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