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청소년들에게 술 담배파는 어른들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어느 나라든지 청소년에게는 술 담배 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선진외국의 경우 술 담배를 팔 때는 고객이 청소년으로 의심되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해 나이가 조금만 모자라도 팔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지만 모두가 이러한 원칙을 고수한다. 그 이유는 단지 술 담배의 해악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로 인한 청소년의 탈선과 비행을 더욱 우려해서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어릴 적부터 입시위주의 교육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자란다. 그럴수록 술과 담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거기다 우리나라처럼 중고생들이 술 담배를 사기 쉬운 곳도 흔치 않다. 우리나라 상인들은 청소년에게 술 담배팔기를 꺼리지 않는다. 어른에게든 학생에게든 물건만 많이 팔면 된다는 이기적 행위일 수도 있고 술과 담배에 비교적 너그러운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학교폭력 등 청소년문제가 부각되면서 학생들에게 술 담배를 팔아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은 늦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이달부터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이 발효돼 청소년에게 술 담배 파는 일이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즘 피서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고생들이 담배를 피워문 채 피서지 주변을 활보하고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등 탈선이 극에 달해 있는데도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조차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의 탈선을 나무라기에 앞서 상인들이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이런 식이라면 애써 청소년보호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 청소년문제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기성세대에 있다는 지적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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