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경선관리 흔들림없게 하라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더이상의 추문과 잡음이 일어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당총재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지키되 경선주자 7명 모두가 군말없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정말 철저하며 적극적인 중립의지로 경선관리를 잘 해야 한다. 李會昌(이회창)씨의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불공정경선 시비 같은 일이 다시 불거져서는 곤란하다. 이씨는 결국 내일 대표직 사의를 밝히는 모양이지만 그동안 그가 보인 행보(行步)는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본인은 대표직 수행과 경선의 공정성 문제는 별개라고 주장하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쟁자들이 모두 다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사퇴를 요구하는데도 이를 묵살한 것은 한마디로 독선이었다. 대쪽이란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도 감수하며 대표직을 쥐고 있은 것은 유무형의 프리미엄을 누리며 출발선에서부터 앞장서 나가겠다는 생각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사정을 김대통령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를 놔둔 채 해외순방에 나섬으로써 이대표측과 반이(反李)진영의 갈등이 증폭됐으며 분당설까지 나오는 등 험악한 국면으로 치달았다. 오늘 귀국하는 김대통령은 내일 이대표를 만나 그의 사의를 받아들일 것 같지만 여기서 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경선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새 대표를 지명할지, 대표를 공석으로 둔 채 대행체제로 갈지가 관심이다. 경선을 관리할 새 체제가 바로 김심(金心)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고 보아 벌써부터 이대표측과 반이 주자들의 목소리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7명의 주자 모두가 수긍하는 선택은 사실상 없다. 김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건 불만은 따르게 마련이다. 김대통령은 당총재로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흔들림없이 소신있게 결정하면 된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공정한 경선을 만들어낸다는 의지로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통령이 어느 한 주자의 압박전술에 발목이 잡혀 결국 그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불공정경선 시비는 다시 불거진다. 집권여당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대선후보 경선이 긍정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된 것은 유감이다. 후보등록을 하기도 전부터 불공정 시비가 잇따르고 돈경선과 담합추문까지 겹쳐 어지럽다. 특히 대표직과 그에 따른 프리미엄을 둘러싼 주자들의 내홍(內訌)은 골목싸움 수준으로 치달아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을 증폭시켰다. 김대통령이 남은 임기중 가장 충실해야 할 과제는 두가지다. 연말 대선과 그에 앞선 신한국당 경선이 깨끗하고 모범적이며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김대통령의 내일 결정이 그런 공정경쟁의 분위기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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